종묘제례악이 뮤직비디오로..온라인엔 한계는 없다

전지현 2021. 1. 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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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무대 대신 온라인으로
가상캐릭터 3D스크린 댄스..
시베리아 연상 음악여행도
문예위, 예술 콘텐츠 지원
온라인 생태계 구축에 큰힘

◆ 온택트 아트 시대 ① ◆

종묘제례악과 남창가곡, 전자음악을 결합한 듀오 `해파리` 뮤직비디오 `반너머`. [사진 제공 = 해파리]
코로나19로 공연장 무대를 잃은 예술가들이 온라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처음 가는 길이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창작 열정을 쏟아부어 온라인 예술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온라인 예술 생태계를 꽃피우는 온택트 예술 콘텐츠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버스 안에서 젊은 여자가 마스크를 낀 채 펑펑 우는 애니메이션 장면에서 애절한 창(唱)이 흐른다. "죽임을 당해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나의 삶을 제대로 살아낼 거라고."

종묘제례악과 남창가곡, 전자음악을 결합한 일렉트로닉 듀오 '해파리'가 제작한 뮤직비디오 '반너머'는 코로나19 시대 여성의 삶과 슬픔을 전한다. 팬데믹으로 공연장 무대를 잃은 뒤 온라인에서라도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뮤직비디오 3편을 제작했다.

세컨드윈드스테이지의 3D 스크린 댄스 `러브 앤드 이미지네이션`. [사진 제공 = 세컨드윈드스테이지]
지난해 10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 지원사업인 '아트 체인지업'을 통해 제작비 5000만원을 지원받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윤재원, 드로잉 작가 최성민과 협업한 결과물이다. 해파리 멤버 박민희(38)는 "단순히 온라인용 공연이 아니라 가상 세계에서 사는 음악인처럼 제대로 된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며 "시의적절하게 문예위 지원사업이 시작된 덕분에 현실적인 제작비를 지원받아 작가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고, 원하는 수준의 뮤직비디오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문예위 지원금으로 홈페이지에 공연 의상을 갈아입히는 게임 등을 게재하는 개편을 시도했다. 코로나19 원인으로 지목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다양하게 재활용한 옷들이 나온다. 검은 배경화면에 떠도는 해파리를 클릭하면 음악도 흘러나온다.

공연 의상 갈아 입히기 게임이 가미된 해파리의 홈페이지.
지속 가능한 지구를 고민하면서 음악적 역량을 펼치는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코로나19 시대 생존법이다. 박민희는 "단순히 홍보용 홈페이지가 아니라 온라인 공연장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피력했다. 해파리처럼 수많은 예술가가 코로나19로 사라진 극장 무대 대신 온라인에서 공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가진 기술과 돈에 따라 콘텐츠 품질은 천양지차다. 열정이 아무리 넘쳐도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고성능 카메라 여러 대와 3D 첨단 기술을 동원한 콘텐츠를 압도할 수 없다.
시베리아 황당열차.
문예위는 지난해 7월부터 코로나19로 생계를 위협받는 예술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미디어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 일환으로 온라인 예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사업이다. 예술가들의 온라인 콘텐츠 제작 역량을 키울 뿐만 아니라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확대하는 데 목표를 둔다. 현재 문예위는 예산 149억원을 지원해 온라인 콘텐츠 1141건 제작을 돕고 있다. 지원금은 40만~7000만원으로 제작비에 따라 다양하다.
세컨드윈드컴퍼니와 유니티의 모션캡처 현장.
문예위 관계자는 "광역문화재단과 협력하면서 전국 예술인·단체들에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지원해 새로운 예술 창작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있다"며 "비대면 환경에서 창의적인 예술 창작 모델을 발굴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온라인 창작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문예위 수혜를 본 온라인 콘텐츠 중에 가상 여행과 음악을 접목한 방유랑경음악단의 '시베리아 황당열차'가 눈길을 끈다. 코로나19로 외국 여행이 불가능해지자 싱어송라이터 최새봄과 기타리스트 김미영이 시베리아를 떠올리게 하는 국내 여행지를 찾아다니고 그 여정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문예위 지원금 2300만원을 받아 영상 콘텐츠 14편을 제작할 수 있었다. 최새봄은 "블라디보스토크에 못 가면 이곳과 수교를 맺은 인천 연안부두에 갔다.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은 못 봐도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볼 수 있었고, 서울 아현동 러시아정교회 성 니콜라스 대성당과 동대문 러시아 맥주집에 갔다"고 설명했다.

방유랑 경음악단이 제작한 시베리아 황당열차.
융·복합 예술단체 세컨드윈드스테이지는 게임 엔진 기업 유니티코리아와 공동으로 가상 캐릭터들이 무용수를 따라 춤추는 3D 스크린 댄스 작품 'Love and Imagination(사랑과 상상력)'을 제작했다. 모션 캡처 센서를 부착한 무용수들 몸짓을 모니터 안 가상 캐릭터에 전달하는 유니티의 3D 그래픽 기술이 적용됐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안지형 예술감독은 "평범한 공연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배워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했다"며 "무용수의 창의성과 게임의 기술력을 결합했다"고 말했다. 2016년 설립된 이 단체는 한국무용가, 스트리트 댄서, 현대무용가, 음악감독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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