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파도 게스트하우스·터미널 내 매점' 위법 건축·운영
'아름다운 섬 만들기 사업' 표류 불가피
[경향신문]
제주 ‘섬속의 섬’ 가파도에서 ‘아름다운 섬 만들기 사업’(가파도 프로젝트)을 추진하면서 지어진 숙박시설과 터미널 매점이 용도에 맞지 않게 건립되고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에 건설된 공용건축물인 가파도 하우스와 가파도 터미널 내 매점이 부적정하게 건축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25일 밝혔다.
가파도 하우스는 6개동으로 구성된 숙박시설로,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기 위해 2017년 4월 준공됐다. 하지만 건물이 들어선 부지는 자연취락지구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주도 도시계획조례’ 등에 따르면 숙박시설 용도의 건축물을 건축할 수 없다.
또 여객선 매표소와 대합실, 카페, 판매시설이 들어선 가파도 터미널도 일부 법을 어기면서 건축되고 운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환경보전지역에서는 주민의 편의를 위해 공공업무를 수행하는 시설은 허용되지만 카페, 판매시설의 건축과 운영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감사위는 제주도와 서귀포시가 공용건축물의 건축, 운영을 위한 영업신고증 교부 과정에서 관련 계획과 법령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행정의 신뢰와 공정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업무를 처리한 관계자에게 훈계 조치와 주의를 촉구하고 해당 건물의 용도를 법률에 맞게 변경할 것을 제주도에 요구했다. 제주도는 감사 결과에 따라 해당 시설을 위탁 운영하는 협동조합과 마을회에 영업 중단을 요청하고 게스트하우스 용도 변경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감사 결과로 ‘가파도 프로젝트’의 주요 건물 운영을 중단하고 용도와 운영 방향도 전면 변경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면서 당분간 사업 표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예술인이 거주하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문화창작시설 역시 코로나19로 ‘개점휴업’ 중이다. 수익시설 운영과정에서 주민 간 갈등도 불거졌다.
가파도는 매해 봄이면 온 섬을 뒤덮은 청보리로 유명한 제주의 부속도서 중 하나다. 제주도는 가파도를 자연 환경적 특성과 조화를 이루는 예술과 문화가 있는 섬으로 만들기 위해 2013년부터 사업비 148억원을 들여 지난해까지 가파도 프로젝트를 추진해 완료했다. 가파도에 주민 수익시설인 게스트하우스와 가파도 터미널, 주민 공동이용 시설인 가파도어업센터, 문화예술 창작공간 등을 건립했다. 현대카드와도 협업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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