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킹스硏 "文정부 대북정책, 인권 무시·민주주의 훼손"

박수현 기자 2021. 1. 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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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Korean Chair)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대북 포용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국내 인권단체와 탈북자단체를 억압하는 등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관련 업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큰 그가 문 정부의 정책방향에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한·미 간에 갈등이 예고된다. 박 석좌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에서 북한담당 선임 분석관으로 일했던 ‘북한통’이다. 최근까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참여해 대북정책 설계를 도왔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조선DB

박 석좌는 22일 ‘한국 민주주의에 길게 드리운 북한 그림자(North Korea’s long shadow on South Korea’s democracy)’라는 제목의 글에서 "문 대통령의 취임은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친북 발언과 반정부 활동 등을 탄압한 보수 정권의 시대의 끝을 알리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역시 반북 발언과 활동을 억압하는 데에 권력을 사용해왔다"며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부패와 불평등 해소 등 정치적 목표를 약화시켰고,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 언론은 한국을 민주주의의 등대처럼 묘사했지만, 문 정부는 북한과 관련해서 만큼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며 2018년 말 북한인권재단의 운영 예산을 93% 삭감한 점, 탈북민 출신 기자를 남북고위급회담 풀(pool) 취재에서 배제한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통과시킨 점에 대해서도 그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가 "한국은 스스로 세운 원칙을 옹호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경력 내내 지키고자 했던 인권을 침해할 위기에 놓였다"고 꼬집은 성명을 소개하며 아이러니를 강조했다.

박 석좌는 문 정부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남북 화해’라는 "짝사랑 같은" 목표를 위해 "재벌의 권력과 영향력을 통제하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등의 진보적 의제도 등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특히 2018년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대거 참석시킨 점을 언급하며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지만, 청와대는 이러한 불편한 사실을 별개의 문제로 취급하며 회피했다"고 되짚었다.

박 석좌는 또 문 정부가 부동산 대책 실패와 실업률 상승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남북철도사업 등 경제협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워싱턴 정가에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 의원 중 일부는 한국 기업과 은행들에 직접 전화를 걸어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상기시킨 것으로도 알려졌다"고 했다.

박 석좌는 그러나 "문 정부의 대북 접근법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한국을 대하는 김정은 정권의 태도는 여전히 냉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정부의 방식은 김정은에게 핵무기를 폐기할 생각을 심어주는 게 아니라 되려 한국 정부로부터 뭐든 원하는 걸 얻어낼 수 있다는 인상을 주는지도 모른다"며 "나아가 (문 정부가 원하는 것과 달리) 재벌들도 대북 제재와 북한 내 기반시설 부족, 김정은 정권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남북관계 개선에 거의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석좌는 끝으로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는 한국 정치 체계의 한계에 따라 펼칠 수 있는 정책의 가짓수는 제한될 수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 문 정부에게는 "시민단체의 활동을 보장해줌으로써 민주주의를 더욱 공고히 할 기회가 있다"고 했다. 북한 정권은 인권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지원을 얻기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의 요구는 수용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북한이 2017년 장애인 인권 개선 상황을 보고하고 유엔 인권위원회의 방북을 허락한 일이 대표적인 예다.

박 석좌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노력은 시간과 정치적 의지를 필요로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인권과 탈북자단체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는 작은 발걸음을 통해 장기적인 목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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