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불가' 양자보안 뜬다..금융·스마트폰으로 확산

이시은 2021. 1. 2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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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1로 재조명
양자컴퓨팅 발달로
양자보안 중요성 커져
외부 충격 발생하면
기존 정보 잃어버려
해킹은 원천 불가능
Getty Images Bank


컴퓨터는 ‘0과 1의 기계’로 불린다. 회로가 동작하거나, 동작하지 않는 두 가지 경우를 조합해 어려운 계산을 해내는 원리다.

양자의 세계는 다르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1887~1961)는 아주 작은 입자가 동시에 여러 가지 상태에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컴퓨팅 기술에 적용하면 컴퓨터는 0과 1이 함께 존재할 수 있는 기묘한 ‘양자 상태’가 된다.

양자보안 시장이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이론에서 실제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올 들어 기업들의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양자보안 적용 분야는 금융, 폐쇄회로TV(CCTV), 스마트폰 등 광범위해졌다.

 CES서 주목받은 양자보안

양자보안은 최근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주목받았다. ‘퀀텀 컴퓨팅: Making It Real’ 세션에서 마이클 버그먼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부사장은 양자컴퓨터에 대해 “우리가 특정 소프트웨어의 정확한 아키텍처(구조)를 몰라도 사용이 가능한 것처럼 비즈니스 단계에서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양자컴퓨터를 사업화한 대표적인 기업은 미국의 글로벌 IT 기업 IBM이다. 이번 CES에서 IBM은 127큐비트(양자컴퓨터 기본단위) 기술 개발을 올해 목표로 제시했다. 통상 디지털 컴퓨터의 성능을 앞지르는 데 50큐비트가 필요하다.

양자컴퓨터 기술이 발달할수록 양자보안의 중요성은 커진다. 양자컴퓨터의 성능 자체와 양자보안이 직접적인 관계가 있지는 않지만, 양자컴퓨터의 해킹을 방어할 기술은 양자보안 방식이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큐비트에 대한 연구가 보안 기술의 원천이 된다는 이유도 있다. 여러 가지 상태를 지닐 수 있는 큐비트는 아주 작은 외부의 충격에도 그 성질을 잃는다. 큐비트가 해킹과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기존의 정보를 모두 잃어버리는 특성도 활용한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해킹이 불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진다.

 기업들 앞다퉈 고도화

Getty Images Bank

당초 양자보안 기술의 상업화 전망은 밝지 않았다. 기술적인 어려움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수학에 기반한 기존 암호체계에 비해 상대적 우위가 크지 않다는 비관론도 있었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양자의 결맞음(양자들이 파동처럼 결이 맞는 상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이를 구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꾸준한 연구가 최근 들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통신사를 중심으로 유관 기업들의 협력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SC제일은행과 함께 5세대(5G) 이동통신 양자보안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선보였다.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이다. 여러 상태를 동시에 지니는 양자의 무작위성으로 난수를 형성하는 방식을 실제 금융 서비스 현장에서 구현했다. 올해 계좌 개설, 송금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다른 금융기관과의 협약도 늘릴 계획이다.

양자보안 서비스에서 모바일 디바이스의 성능은 중요한 문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삼성전자와 함께 스마트폰 ‘갤럭시A 퀀텀’을 공개했다. QRNG(양자 난수 생성기) 칩셋이 포함된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이다. 생체인증이나 온라인 앱 결제에서 양자보안 기술을 적용했다.

 드론, CCTV에도 적용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사물인터넷(IoT) 단말용 양자보안 칩셋을 개발했다. 그룹의 IT 서비스 기업인 LG CNS, 시스템칩 개발기업 ICTK 등이 함께했다. 올해 상반기 드론, 홈 CCTV 분야에 적용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가 주력하고 있는 양자내성암호(PQC) 기술은 별도의 통신망 구축 없이 기존 회선에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19일에는 PQC 기술을 USB 형태로 구현해 공개했다.

KT는 지난해 끊김 없는 양자암호통신 서비스 ‘양자채널 자동 절체 복구 기술’을 개발했다. 양자가 전달되는 채널을 이중화 구조로 만들어 장애가 발생하거나 해킹이 시도되는 즉시 새로운 양자키가 형성되게 했다. 지난해 7월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T) 국제회의에서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내용을 IT업계 처음으로 실제 기술로 구현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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