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野원내대표로 만났다, 78세 동갑내기 '36년 러브 스토리'

이철민 선임기자 2021. 1. 2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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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코널 공화 상원 원내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산'이자, 36년 '의정지기"

미치 매코널 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취한 ‘트럼프 지우기’ 행정 명령들에 대해 “잘못된 방향으로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비판했다. 바이든이 파리기후협약 재가입·키스톤 XL 송유관 사업 허가 철회 등 트럼프 정책을 뒤집는 일련의 조치를 취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극좌파에게 당선을 빚진 게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1월20일 미 의회의사당 서쪽 마당에서 대통령 취임 연설을 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그와 36년간 정치적 인연을 맺어온 동갑내기 정치인 공화당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이 지켜보고 있다./AF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의제를 추진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바로 24년간 상원 생활을 함께 한 동갑내기 상원의원 매코널(78)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34년의 상원의원 경험과, 2012년 오바마 행정부 때 부통령으로서 자신이 매코널 당시 공화당 원내대표와 협상해 맺은 세법 개정 딜(deal)을 근거로, 협력을 낙관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정치적 성향뿐 아니라, 거의 모든 면에서 정반대다. 그리고 2012년 딜은 민주당에선 ‘실패한’ 딜로 간주된다.

◇매코널의 최대 무기는 필리버스터

민주당은 작년 총선에서 백악관뿐 아니라, 하원도 10석을 더 점유한 과반수를 확보했고(15일 현재), 상원도 50대50 동수(同數)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의장으로서 캐스팅보트(casting vote)를 쥐고 있다. 그런데도, 매코널이 바이든에게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상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위해 발언을 계속하면 바이든의 ‘진보적’ 법안을 투표에 부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를 종결하려면 상원 정원 5분의3(60표)의 지지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공화당 10표를 얻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반대 성격·이념의 78세 동갑내기

바이든이 연방 상원의원 3선에 성공한 1984년, 켄터키 출신의 매코널은 처음 상원에 발을 들여놓았다. 1942년생으로, 만78세의 동갑내기다. 이후 24년간 연방 상원을 공유했지만, 성격은 처음부터 정반대다.

1984년 미 연방 상원의원이 된 미치 매코널(왼쪽)과 같은 해 이미 3선이 된 조 바이든.

바이든이 말이 많아 실수를 연발하지만, 매코널은 말수가 적다. 바이든이 ‘웃으며 악수하는’ 세일즈맨 기질이라면, 매코널은 조용히 권력의 정점(頂點)을 향해 오르는 전술가다. 바이든은 주변을 즐겁게 하지만, 매코널은 의원 사무실 벽에 온통 자신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만평을 붙여놓고 즐긴다. 매코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진보적 법안을 무산시키며 스스로에게 붙인 별명은 ‘저승사자(Grim Reaper)’였다.

둘 다 고교 학생회장을 했지만, 캠페인 방식도 달랐다. 바이든은 쾌활해 자연히 인기도 많았다. 매코널은 유력한 후보에 맞서, 다른 인기 있는 학생들을 찾아가 한 명씩 지지를 얻어냈다. 매코널은 “나의 유일한 수단이자, 10대 시절 가장 원하는 ‘기분 맞추기(flattery)’로 표를 얻었다”고 회고록에 썼다.

◇2012년 부통령 바이든이 밀렸던, 매코널와의 딜

2012년말 오바마 행정부는 ‘재정절벽(fiscal cliff)’의 재앙을 맞게 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시작한 감세(減稅) 정책은 그 해 말 끝나고, 반대로 연방예산 감축법안은 2011년부터 가동했다. 세금은 뛰는데, 정부예산은 줄어 경제에 이중 타격을 주는 상황이 됐다. 세율과 정부 예산에 대한 새 법안이 절실했다. 당시 상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원내대표는 해리 리드였고 맞상대는 매코널이었다. 매코널은 그러나 ‘지속적인 감세(減稅)’ 입장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고, 해리 리드 역시 매코널에 강하게 맞섰다. 12월30일까지 협상이 진전이 없자, 매코널은 백악관의 부통령 바이든에게 전화했다. “거기 어떻게 거래를 하는 건지 아는 사람 없소?”

2015년 1월 6일 부통령이자 당시 상원의장인 조 바이든이 새 회기를 맞아,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의원의 취임 선서를 집행하고 있다. 옆은 매코널의 아내인 대만계 일레인 차오/AP

오바마의 허락을 받아, 바이든 부통령이 매코널의 상대로 나섰다. 결과는 6000억 달러 규모의 증세(增稅)였지만, 세율은 평균 1.8% 증가에 그쳤다. 바이든은 ‘승리’를 주장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다수당의 ‘패배’라고 혹평했다. 매코널은 부시 대통령 때의 감세(減稅)정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바이든에게 협상권을 빼앗긴 민주당 대표인 해리 리드는 바이든에게 “의원들에게 이 딜을 직접 설명하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바이든이 어떻게 해서든 공화당과 ‘딜’을 만들어내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매코널, 바이든 장남의 장례식에 유일하게 참석한 공화당 상원의원

매코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사사건건 부딪혔다. 그는 2016년 회고록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건방지고” “비협조적” “학급에서 애들에게 자신이 제일 똑똑하게끔 믿도록 애쓰는 애 같았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바이든에 대해선 “협상을 끌고 갈 수 있고, 거래의 반대급부로 뭘 줄 수 있는 사람” “약속을 지키고,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바이든의 큰 아들 보 바이든의 2015년 장례식에도, 공화당 상원의원으로선 유일하게 참석했다. 매코널은 2016년 12월엔, 상원의장을 물러나는 바이든 부통령을 위해 상원에서 기념 행사를 열기도 했다.

◇매코널, 바이든에게 어디까지 협력할까?

바이든 대통령은 미 연방 상원이 지난 10년간 극심한 정쟁(政爭)을 겪은데다, 자신이 34년간 의정 생활을 한 상원을 존중하는 만큼 이제 미 상원이 ‘협상 기구’로 돌아올 수 있다고 믿는다. 또 2012년 딜을 이뤄낸 두 파트너가 공통의 접점(接點)을 찾아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양당에선 모두 매코널의 ‘협력’은 코로나 예방접종·방역이나 경기진작 프로그램 등을 넘어서면 곧 한계가 드러날 것으로 본다. 매코널은 바이든과 협력했다가, 자칫하면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입지를 흔들 수 있다. 또 2024년 대선에 눈독을 들이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미 바이든의 모든 어젠다에 반대한다. 매코널 자신도 ‘바이든 승리’를 인정한 뒤, 보수적인 폭스뉴스의 유명 앵커로부터 “공화당 상원대표를 새로 뽑아라. 매코널은 공화당 기득권층의 왕”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두 사람의 ‘친분’이 어떠하든, 쟁점 현안에선 타협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힘들 것이란 얘기다. 매코널의 부(副)실장을 지냈던 돈 스튜어트는 “아무리 맥주와 위스키가 많이 돌아도, 결국 중요한 것은 정책이지, 개인 성격이 아니다. 상대방 정책이 문제가 있어 악취가 난다면, 아무리 파티를 많이 열어도 매코널에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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