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어느땐데".. 경찰, '간부 전용 주차장' 논란
[경향신문]
일부 경찰관서 주차장 일부를 간부 전용 주차장으로 운영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영배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경찰관서 주차장 운용 현황을 보면 시·도경찰청 4곳, 일선 경찰서 38곳 등 42곳에서 간부(VIP)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주차 대수를 보면 시·도경찰청중에는 경기남부청이 22면으로 가장 많고 이어 충남청(15면), 충북청(5면), 광주청(2면) 등이다. 일선 경찰서도 1, 2면부터 많게는 10면을 간부·VIP용으로 자리를 배정해놨다.
경기남부청 간부 주차장의 경우 주차 면마다 직급 및 각 부서 명패를 일일이 부착해 방문객이나 비간부 직원들의 주차를 금지하고 있다. 업무 차량의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한 조치라는 게 경찰 설명이지만 실제로는 총경 이상 간부들이 자신의 개인 차량을 주차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주차장은 1990년대초 현 청사 신축 당시 부터 설치돼 수십년째 운영되고 있다.
현재 관공서 간부 주차장은 경찰관서를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특권’ 논란과 주차난 가중 등을 이유로 폐쇄했거나 민원인·직원 주차공간으로 전환된 상태다. 경기지역 도단위 관공서중에서 간부 주차장이 있는 곳은 남부경찰청뿐이다. 경기북부경찰청(주차면수 20면)의 경우 지난해 3월 비판 여론이 일자 폐쇄했고, 경기도교육청(〃 31면)도 같은 이유로 2013년부터 민원인·직원 주차장으로 전환했다.
시민들은 탈권위 시대에 경찰이 특권 의식을 버리지 못하는 구태를 이어간다고 비판했다. 강모씨(51·수원시)는 “경찰관서를 방문하면 주차할 곳이 없어 몇바퀴씩 돌다 불법 주차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경찰관서가 경찰 간부들을 위한 시설물로 전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씨(34·성남시)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경찰이 권위를 내세워 전용 주차장을 마련하는 것도 부족해 다른 사람이 주차를 못하게 명패까지 내걸 수 있냐”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경기남부청 A직원은 “평상시보다 한두시간 일찍 출근해 주차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이중주차를 하고 있다”며 “계급이 높고 낮음에 따라 주차하는 것까지 차별받는다는 생각에 기분이 썩 좋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차장 운영 실태를 확인후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경무과 관계자는 “간부 주차장은 다른 시·도경찰청도 사용하고 있고, 간부들도 개인 차량이지만 업무용으로도 사용하는 만큼 ‘특혜’가 아니다”며 “민원인이나 직원들도 심각할 정도로 주차난을 겪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영배 의원은 “개방하는 주차장법이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관공서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경찰의 권위적인 주차장 운영은 개선되야 한다”며 “경찰은 국민의 눈높이 맞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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