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16~18세 백신 접종 시작..백신 등교 결정 충분조건될까

이현경 기자 2021. 1. 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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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16세 이상 접종 가능..모더나,12~17세 임상시험 진행 중
이스라엘이 16~18세를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사진은 어린이의 백신 접종 장면. 미국의학대학협회(AAMC)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에서 가장 앞선 이스라엘이 16~18세 청소년에게도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고 영국 BBC 등이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10대 청소년의 백신 접종을 공식화한 건 이스라엘이 처음이다. 

○ 이스라엘, 16~18세 백신 접종…40세 이상으로도 확대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대학 입학시험을 앞둔 16~18세 고등학생에 대해 부모의 동의 하에 23일부터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와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보건부가 지난주 목요일 16~18세 고등학생의 백신 접종을 허용했고, 지난주 토요일 오전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에서는 고교 학기 말에 치르는 시험이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이스라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여성을 포함해 모든 청년이 군에서 의무복무를 하게 하고 있으며, 고교 재학 중 치르는 시험 결과가 군 배치에도 영향을 준다. 

이스라엘 정부는 16~18세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토요일부터 백신 접종 대상을 노인과 고위험군에 이어 40세 이상까지로 확대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는 지난 금요일(22일) 기준 250만 명이 백신 1회 접종을 마쳤고, 이 중 90만 명은 2회 접종까지 완료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백신 접종의 효과를 높이고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전국 봉쇄령 적용 기간을 이달 31일까지로 연장했다. 또 24일부터는 변이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을 오가는 항공편 전체 입국을 금지했다.  

○ 화이자만 16세 이상 접종 가능…12~15세 임상시험 진행 중

이스라엘은 지난달 19일부터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중이다. 이달 초에는 미국 생명공학기업인 모더나의 백신도 승인해 공급에 들어갔다. 

화이자 백신은 16세 이상에 접종 가능하다는 조건으로 긴급사용승인을 얻었고, 모더나 백신은 18세 이상에만 접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청소년은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 등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긴급사용승인을 얻었거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백신은 대부분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더라도 18세 이상에만 접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초·중·고교 청소년에게는 백신 접종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데이터가 현재는 없다. 

에반 앤더슨 미국 에모리대 의대 소아과 전문의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정확한 복용량과 안전성, 효능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학교가 최선의 노력을 하더라도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어린이는 성인보다 코로나19 감염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미국소아과학회와 아동병원협회가 1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어린이 250만 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이는 전체 확진자의 약 13%에 해당한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4세 이하 어린이는 78명, 5~17세 어린이는 178명이다. 또 코로나19 유행 이후 미국과 유럽의 어린이를 중심으로 환자가 급증한 ‘어린이 괴질’은 총 1659명이 확인됐고, 이 중 26명이 사망했다. 어린이 괴질의 공식 명칭은 다기관염증증후군(MIS-C)으로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속도에서는 화이자가 가장 앞섰다. 지난 22일 CNBC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는 12~15세 청소년 2259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모더나는 지난달 12~17세 청소년 3000명을 목표로 백신 임상시험에 돌입했지만 현재 800명 가량이 임상시험에 지원해 예상보다 속도가 더디다. 모더나는 올해 9월 이전 청소년 대상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올해 상반기 5~18세 영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조만간 미국에서 승인될 것으로 알려진 존슨앤존슨의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와 달리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인체에 무해한 다른 바이러스에 삽입해 제조한 전달체 백신이어서 긴급사용승인 시 청소년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허가 당국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달체 백신은 그간 65세 이상, 유아, 어린이, 임산부 등 20만 명에게 사용된 기술로 백신 자체의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장점이 있다. 

○ 英, 교사 우선 접종 대상으로 검토

영국 정부는 등교 재개를 위해 교사를 대상으로 백신 우선 접종 여부를 검토 중이다. 영국 뉴스전문채널인 스카이뉴스는 24일 영국 정부가 고령층과 필수 의료진에 이어 교사를 코로나19 백신 접종 우선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맷 행콕 보건부 장관은 “다음 순서로 누구에게 백신을 접종할지 검토 중”이라며 “교사가 우선 순위에 있다”고 밝혔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강력한 봉쇄령을 시행 중인 영국에서는 길어진 봉쇄령에 대한 피로감과 교육 공백 등에 대한 우려로 등교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5월 아일랜드 더블린 공중보건의학국은 오픈 액세스 의학 저널인 ‘유로서베일런스(Eurosurveillance)’ 5월 21일자에 학교 내 코로나19 2차 전파가 사실상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교신저자로 참여한 최근 논문에서 초·중·고 폐쇄로 얻는 이득이 제한적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실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등교 재개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정 청장 등 연구진은 대한소아감염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소아감염과 백신(Pediatric Infection & Vaccine)’ 지난해 12월호에 ‘한국에서 학교 재등교 이후 코로나19와 어린이(Children with COVID-19 after Reopening of Schools, South Korea)’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코로나19 확진 아동과 청소년 가운데 학교를 통해 감염된 사례는 2% 정도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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