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슬픈 이야기 담긴 한강하구..금방 열릴 것 같던 뱃길은 아직도

2021. 1. 2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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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 바로알기] ④ 한강과 임진강

[김효은 대진대학교 DMZ연구원 객원교수]
오늘은 남과 북을 흐르는 한강과 임진강 이야기다. '한강'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한강의 기적, 제3한강교, 남한강, 북한강', 한강유람선을 타봤던 추억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강변에 빼곡히 늘어선 아파트와 함께 있는 '서울의 강' 정도로 인식되기도 할 것이다.

한강하구는 배의 항행을 금지하지 않았다

한강의 본류는 서울을 관통하여 서쪽으로 흘러 파주에서 임진강과 합류한다. 한강하구는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에서 인천시 강화군 말도에 이르는 70km의 물길을 말한다. 임진강, 한강, 예성강의 담수가 인천만의 해수와 만나 기(氣)수역을 이루는 국내 최대의 자연하구다. 버드나무 숲, 담수습지, 갯벌습지 등 다양한 서식지가 형성되었고 중립수역으로 오랜 기간 보전되었다.
한강하구는 군사분계선이 없는 중립수역이다. 정전협정 1조 5항에 의하면 '쌍방 민간선박의 항행에 개방한다'고 되어 있다. 즉 민간선박이 공동 이용하는, 항행이 자유로운 중립수역이다. 그러나 어떤 배도 자유롭게 다니지 못한다.

▲ 한강하구 공동이용 수역 –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 해설자료, 28쪽 ⓒ국방부 대북정책관실

▲ 김포시 월곶면 조강2리 철책선 근처에 있는 조강포 비석(왼쪽), 조강리 마을에 있는 비석, 뒷면에 정전협정 1조 5항이 새겨져 있다.(오른쪽) ⓒ김효은

한강하구는 왜 '조강'이라 불렸을까

한강하구의 다른 이름은 '조강(祖江)'이다. '할아버지 강'이라는 이름에서 큰 강의 넉넉함과 한결같음이 느껴진다. 그 한줄기가 남으로 갈라져 김포반도와 강화도 사이의 해협을 흐르는데 소금기가 있는 강이라 '염하'라는 이름을 붙였다. 조강은 세 줄기가 모여 바다로 들어가는 거대한 강이고 민물이 바닷물과 섞이는 하구여서 어업에 좋고, 넓은 갯벌과 습지가 조성되어 다양한 생태환경을 이루고 있다.

조강나루는 고려 말부터 번창했다. 조선말에는 삼남지방과 전국에서 세곡선과 조운선들이 모여들고, 한양과 개성을 오가는 배들로 가득 찼다. 사람과 물자가 모이니 주막, 여관, 각종 상점들로 성황을 이뤘다.

요지이다 보니 전쟁도 많았다. 염하 수로 양쪽인 강화도와 김포는 성과 진지를 쌓고 적을 막아냈다. 강화의 강화산성, 정족산성,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 김포의 문수산성과 덕포진 등은 전쟁의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화도는 고려시대 때 몽골 침입 시 38년간 고려의 임시수도 역할을 했다. 정묘호란 때는 인조가 연미정에서 후금과 강화조약을 맺은 굴욕의 역사가 있다.

곧 열릴 것만 같았던 뱃길은 여전히 무심하고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은 한반도에 획기적 변화를 예고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9.19 평양공동선언)에서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군사적 보장 대책을 합의하고 이후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공동수로조사에도 합의했다.

2018년 11월, 53년 정전협정 이후 65년 만에 남북이 한강하구 공동이용수역 수로조사를 했다. 11월 15일부터 12월 9일까지 35일 동안 남북 각각 10명의 남북공동조사단은 우리 조사선 6척에 탑승하여 660km를 측량하고 선박이 항해할 수 있는 수로를 찾아냈다. 정전협정 후 얼어붙었던 물길을 남북이 함께 평화와 협력의 물길로 바꾸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곧 열릴 것 같던 뱃길에, 여전히 배는 띄울 수 없다.

한강하구를 열고 지키기 위한 많은 노력들

한강하구를 돌려달라는 요구는 민간에서부터 나왔다. 2005년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준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배 띄우기 행사는 2020년까지 16년을 이어왔다. 강화군 외포리에서 교동도까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은 매년 배를 띄웠다. 2018년 10년 만에 재개되었고 2019년까지 총 여섯 번을 띄웠다. 직접 배를 띄우지 못할 때는 종이배라도 띄워 한강하구의 가치를 공유하고 알리고자 했다.

▲ 2019년 배띄우기 행사 ⓒ정세일 조직위 공동대표

정전 67주년인 2020년에는 배가 한강이 아닌 광화문으로 갔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배를 띄우지 못하고 대신 광화문, 강화 월선포 일대에서 '한강하구 평화수역 선포식'을 했다. 한강하구평화의배띄우기 조직위원회는 한강하구를 평화수역으로 선언하고 개방을 요구하며 민간선박 자유항행보장 수역임을 명시한 정전협정 1조 5항을 준수하라고 유엔사에 요구했다.

한강하구를 지키면서 이용하고자 하는 지자체의 의욕도 크다. 경기도는 2019년 10월 한강하구 남북공동수역 평화적 활용을 위한 연구를 통해 4대 분야 15개 사업을 제시했다. 생태·환경, 관광·지역개발, 교통·SOC, 산업·경제 분야에서 생태자원을 조사하고 남북수산협력을 하며 남북왕래 보행교량 조성 등을 담고 있다.

인천시도 2019년 11월 '한강하구 생태·환경 통합관리체계 구축용역' 최종보고회에서 한강하구 관리수역 지정, 한강하구 정책동향 및 국내·외 하구관리 사례조사, 한강하구의 수질 및 생태환경 분석, 한강하구 생태·환경 통합관리체계 등을 제시했다. 특히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해양수산부, 국방부, 통일부 등 중앙정부 및 서울·경기와 협력하여 통합관리기관 구축을 적극 추진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포시는 한강하구 일대를 자연생태와 평화가 함께하는 관광 출발점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강의 마지막 포구인 하성면 전류리 포구에서 후평리 조류전망대까지 4.2km의 평화누리길 구간에 명품억새풀을 조성하는 사업이 그중 하나다.

고양시는 한강하구 생태·역사 관광벨트 조성사업에 역점을 두고 2022년까지 생태, 역사, 평화 콘텐츠를 관광자원화 한다는 계획이다. 장항습지 등 자연하구의 생태적 가치를 관광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북한강의 '평화의 댐'과 임진강의 '군남댐'

필자는 '방위성금' 세대다. 학교에 정기적으로 돈을 냈고, 방위성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쓰인 것만큼은 분명할 것이다. 강원도 화천의 평화의 댐 건설이다.

▲ 강원도 화천군 평화의 댐 ⓒ김효은

평화의 댐은 북한이 금강산댐(임남댐)을 건설한다고 하자 북의 '수공'에 대비한다고 세운 댐이다. 1986년에 공사를 시작해 1989년 1단계로 완공하였다. 국민 성금을 모아 공사를 진행했으나 금강산댐의 위협이 부풀려졌다고 알려지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2002년 댐 높이를 높여 2차 공사를 시작해 2005년 10월 증축공사를 마쳤다. 평화의 댐 주변에는 세계 종 공원, 비목공원, 국제평화아트파크 등이 있어 한 번쯤은 가볼 만하다.

남북이 공유하는 하천은 북한강, 임진강 유역으로 북한강의 23%, 임진강의 63%가 북한에 속한다. 특히 임진강 하류는 수해 발생 가능성이 높아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탄강 홍수전용댐과 군남 홍수조절지를 세웠다.

공유하천은 물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임진강에서의 남북협력은 2000년에 시작했다. 임진강 하류에 대규모 홍수 피해가 나자 6.15 공동선언 및 남북장관급회담(2000.08)에서 수해방지사업 공동 추진에 합의했다. 임진강수해방지 남북실무협의회를 운영하여 현지조사를 하고 북측에 조사용 기자재를 제공했다.

수해방지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홍수예보체계 구축, 산림조성지원 등을 논의하였으나 2009년 9월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로 우리 국민 6명이 사망하자 중단되었다. 북한은 황강댐 방류 시 우리 측 피해가 없도록 사전에 통보해야 한다.

강은 남한, 북한을 따지지 않고 막힘없이 흐른다. 북한은 2008년 황강댐을 통해 예성강 유역을 변경하여 임진강 하류인 파주, 연천에 물이 부족하게 되었다. 북한에 비가 많이 오면 남한도 홍수 피해를 같이 입는다.

2020년 여름, 전국적으로 물난리가 났을 때 임진강 수위를 조절하는 군남댐(경기도 연천군 군남면)이 사상 최고 수위를 기록했다. 임진강 수계를 관리하는 일은 남과 북 모두의 과제다. 다음 편에서는 서해 바다 사람들의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 2020년 8월 군남 홍수조절지 ⓒ김효은

[김효은 대진대학교 DMZ연구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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