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이인영 "北관계 정상화·적십자회담 추진..통일부 주도적 임할 것"
설 계기로 '화상 상봉', 이산가족 상봉도 추진
한미훈련 군사 긴장 없이 유연한 해법 기대
"인도협력 일관 추진 입장, 北도 열려 있길"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바이든 정부의 출범으로 한반도 정세는 명백히 변곡점에 진입했다”며 “통일부는 정세 변화를 관망하기보다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시절과는 다른 방식의 북핵 해법 채택을 예고하는 등 한미 간 정책적 조율이 필요한 만큼, 통일부가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임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기회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이 장관은 25일 오전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정부와 우리 정부 간 긴밀한 협력과 관리 및 진전을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 대화채널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적십자 회담도 개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설을 계기로 화상 상봉도 시작했으면 한다. 남북이 함께 기념할 수 있는 날에 이산가족 만남을 추진해보겠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남측에 요구한 3월 한미연합훈련 중단 문제와 관련해선 “심각한 군사적 긴장으로 가지 않도록 우리가 지혜롭고 유연하게 해법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연합훈련은 통일부가 주무 부서가 아니다”라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도쿄올림픽 개최와 더불어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지, 우리의 전시작전권 환수 관련 측면을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북한을 향해서도 “(한미연합훈련 문제에 대해선) 한국 정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북쪽의 시각도 유연하게 열려 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연되고 있는 자신의 방미 계획에 대해서는 “(미국의) 백신 접종 상황을 보면서 (계획을 세우겠다)”라며 “아무래도 저의 방미 계획보다 한미정상 간 소통 과정이 우선적 과정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인영 통일장관의 모두발언 전문이다.
기자단 여러분, 반갑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오늘 기자간담회는 ‘제가 세 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기자간담회 하겠다’ 이렇게 간사단과 약속을 했었고, 지난 11월 초에 있었던 간담회에 이어 올해 2월 초로 정기 기자간담회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대통령께 우리 통일부 올해 업무를 보고 했고, 지난 연말부터 계속 미뤄왔던 외신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가 2월 초에 예정되어 있어서, 시기를 좀 앞당겨서 하게 되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다 아시겠지만 한반도 정세변화의 변곡점으로 주목해 왔던 북한 8차 당대회가 종료되었고 미국 바이든 신정부가 출범하였습니다. 지난 주 대통령께 통일부 업무보고를 했습니다만, 우리 정부도 한해 계획을 세우는 시간입니다.
오늘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서 기자단 여러분들과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는 그러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북한의 당대회와 관련된 정부 내부의 평가는 이미 여러분도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시한번 말씀 드리면, 북한은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군사적 성과를 중심으로 그들 내부의 체제 결속에 주력하고, 대남·대미와 관련해서는 구체적 입장 표명 없이 관망기조를 유지한 채,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판단합니다.
특히 군사문제를 근본문제로 부각하면서도 “가까운 시일 안에”, “3년전 봄날”, “평화번영의 새출발” 등을 언급하며 여건이 조성될 경우에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피력한 것을 우리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대해서는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면서 “강대강, 선대선” 대응 입장을 표명하였고,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을, 그 방향을 보아가면서 향후 후속 대응을 저울질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제 바이든 정부의 출범으로 한반도 정세는 명백히 변곡점에 진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이나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 등을 종합해 볼 때 미국은 매우 진지하고 차분하게 북한 문제에 접근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새로 출범한 바이든 정부와 우리 정부간의 긴밀한 협력과 상황 관리 및 진전을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민주당 정부와도 김대중-클린턴 대통령 시절, 남북 화해와 평화 진전을 함께 일궈낸 협력의 성과와 자산이 있고, 평화를 향한 가치와 지향에 있어서도 폭넓은 공감대를 이룬 역사적 경험이 있습니다.
또한, 미국 신정부의 외교안보라인 면면을 살펴보면, 대체로 북한을 잘 아는 ‘합리적 대화론자’들로서, 그간 바이든 대통령과도 상당 기간 팀워크를 이루며 전문성과 신뢰감을 쌓아왔다는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한미간 큰 틀에서 대북정책의 방향에 대해서 긴밀하게 협의하며,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담보하면서도 한반도 문제를 속도감 있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미국 신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북미가 다시 대화의 장에 마주 앉게 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정세의 시차’가 예상되는 지금부터 몇 개월의 시간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말씀하신대로 우리정부가 ‘마지막 노력’을 통해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통일부는 정세 변화를 관망하고 기회를 기다리기보다는 할 수 있는 영역에서부터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임해 나가고자 합니다.
통일부는 올해 ‘대화와 상생 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목표로 상반기에 남북관계 복원, 그리고 하반기 중으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우선 미국의 새 정부와 정책적 조율을 이뤄가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노력은 당연히 전개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남북 간에 연락채널의 복원과 대화 재개를 꾸준히 추진하겠습니다.
특히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재가동하고 2018년 6월 이후 개최되지 않고 있는 ‘남북적십자회담’도 개최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설 계기로 화상상봉이라도 시작했으면 좋겠고 코로나가 진정되는 대로 남과 북이 함께 기념할 수 있는 날에 이산가족 만남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미국 정부도 재미 이산가족들의 상봉 문제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관심이 많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한반도 생명·안전공동체 구상도 일관된 인도주의 협력과 함께 본격적으로 추진해보겠습니다. 코로나에 대응하는 협력의 과정에서 상생과 평화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하고, 방역, 보건의료, 기후환경 등의 협력 분야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남북관계 개선뿐 아니라 북미간 협상 재개에 있어서도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개선될수록 북미관계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반기에 코로나 상황도 완화되고 각종 스포츠 행사 재개와 남북 유엔 동시가입 30주년 등의 여러 계기가 우리 앞에 다가옵니다.
이런 과정에서 북미대화의 진전과 함께 제재의 유연한 접근 문제도 다뤄질 수 있다면, 남북협력의 공간은 확대되고 우리의 역할도 더 확장되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4.27 판문점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9.19 남북 군사합의 등에서 남북간 오고갔던 많은 합의들을, 전면적으로 이행해 나갈 수 있는 그런 계기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통일부는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관계를 촉진하고 북미관계의 진전이 남북관계의 더 큰 발전을 만들어 내는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의 선순환 과정을 주도하면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경제협력을 통한 공동 번영의 토대를 올해 안에 만들 수 있는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내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언급한 대로 남북이 ‘평화와 번영의 출발점’에 다시 서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제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올 한해 통일부의 노력을 지켜봐 주시고 항상 응원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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