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차명석 단장-류지현 감독의 '1문2답' [프리미엄 인터뷰]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입력 2021. 1. 25. 12:18 수정 2021. 1. 2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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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LG 류지현감독(왼쪽)과 차명석 단장이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활짝 웃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사실, 야구장 꽤나 다닌 베테랑 기자도 처음해보는 시도다. 한 팀의 감독과 단장이 동반 인터뷰를 하는 건 적어도 KBO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짐작하며 둘을 만났다.

이른바 ‘1문 2답 인터뷰’. 프로야구 단장과 감독은 분명 같은 목표를 보고 공생하는 사이지만, 때론 생각의 차이로 불편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단장과 감독의 호흡이 곧 해당팀의 성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차명석 LG 단장(52)과 LG 새 사령탑이 된 류지현 감독(50)은 90년대 LG 전성기부터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절친 선후배’였다. 선수 시절 잠실구장 보일러실에서 마주 앉아 밥내기 장기를 두던 풋풋한 기억도 있다. 그러나 올해 둘은 완전히 다른 관계로 새 출발한다. 차명석 단장은 “나는 류지현 감독님께 극존칭을 쓴다. 나보다 어리다고 쉽게 대했다가는 그게 버릇이 돼 사람이 많을 때 툭 튀어나올 수 있다. 그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둘이 있을 때도 극존칭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후 잠실구장으로 감독과 단장이 동시에 나와 함께 사진 촬영부터 했다. 그리고 똑같은 10가지 질문을 갖고 단장실과 감독실에서 따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답변 순서는 먼저 인터뷰를 한 차 단장을 위로 올렸다.

-순수 전력만으로만 보면 현재 LG는 몇위인가.

차명석 단장(이하 차) : 3등 정도 아닐까. 현 전력은 그 정도지만, 시즌 들어가기 전까지 1등에 가까운 전력을 만드는 게 단장의 역할이다. 계속 보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류지현 감독(이하 류): 현실적으로는, 3~4위권 아닐까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지난 2년간 4위를 했기 때문에 LG 팬들 기대치는 그 위에 있다. 그래서 그 이상의 목표를 잡고 가고 있다.

-올시즌 팀 성적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선수는.

차 : 투수 이민호일 것 같다. 이민호가 우리 기대대로 선발로 자리를 잡아준다면, 우리가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 이민호가 그 만큼을 하고 못하고에 따라 굉장한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구위 등 많은 것을 갖추고 있지만, 성적이 뒷받침 된 가운데 한 시즌을 잘 버틸 수 있을지 이런 물음이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될 것 같다.

류: 이민호다. 작년에는 6선발로 정도의 역할로 열흘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 선발 보직이었지만, 올해는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정상 로테이션에 가까운 패턴으로 풀타임을 뛴다고 하면 올 한해 25차례 정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한다. 비중이 크다. 역할 수행에 따라 팀성적도 같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차: NC다. NC는 작년에 이미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난 개인적으로 나성범이 제발 좀 미국으로 가길 바랐는데, 그것마저 안됐다. 전력은 NC가 가장 좋다고 봐야한다. 사실, 나성범이 미국 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NC 김종문 단장 빼고 9개구단 단장 모두 똑같았을 것이다.

류: NC 아니겠나. 우승 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데다 전력 유출도 거의 없었다. 나성범의 경우, 미국 쪽 사정이 좋지 않아 영향이 있겠다 했는데 그렇게 됐다. 슬픈 예감은 맞는다 했는데, 뭐 그렇게 됐다.

LG 류지현감독(왼쪽)과 차명석 단장이 20일 잠실구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잠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그간 두산에 많이 졌다. 앞서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차: 그냥 부담감이다. ‘두산 포비아’처럼 심리적 압박감 같은 게 작용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두산전이라면 패배의 프레임 같은 것에 갇혀버렸다. 그걸 깨야한다. 최근 시즌 들어 실질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전력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어 이제는 일방적인 승부는 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두산전이라면 무엇보다 2018년 때 두산전에 1승15패로 참담하게 밀린 뒤로 더 크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 그때를 기점으로 심리적으로 더 쫓겼다. 여담이지만, 내가 그때 단장이 아니었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류: 정신적으로 평정심, 기술적으로 세밀함이 필요하다. 그 두 가지가 동반돼야 두산전에서 우리가 승수를 많이 가져올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이 두산을 만나면 꼭 이겨야한다는 마음이 강한 것 같다. 그래서 다른 팀과 경기에서는 없던 조급함도 보였다.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도 차이기 있었지만, 최근에는 많이 좁혀졌다. 해볼 만하다.

-90년대 전성기 LG와 지금 엘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차: 그때보다 화제성이 떨어졌다. 90년대 LG는 현직 사령탑이신 류지현 감독님과 서용빈, 김재현까지 팀을 대표하는 신인 3인방에 한국 최고 포수 김동수, 야생마 이상훈, 노송 김용수, 더 나아가서 90년대 후반에 적토마 이병규까지 굵직굵직한 이름들이 있었다. 프로야구 팬들에게 이슈가 될 만한 선수가 많았다. 지금은 팀은 안정적으로 가고 있지만, 슈퍼스타들이 잘 안나온다. 과거에 나왔던 화제성 있는 스타가 현장에서 더 나와줬으면 좋겠다.

류: 90년대엔 투수진이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에서 신인 야수들이 가세해 전체 상승 효과가 났다. 지금의 LG는 반대다. 야수들이 어느 정도 안정된 라인업을 갖춰가고 있다면 투수진에서는 신진급들이 많이 들어와있다. 가능성 있는 투수들이 꽤 보인다. 고우석 정우영 이민호를 시작으로 김윤식 이정용 남호 등이 모든 그 테두리에 들어간다. 이 조합을 잘 가져가는 게 핵심이다. 어떻게 시너지를 내느냐에 따라 90년대 같은 분위기를 다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질문에 차 단장과 류 감독은 다른 곳을 보고 대답했다. 차 단장은 인기구단 LG가 견인하는 야구 시장의 성장을 화두로 걸고 팬들을 유입할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의 질적, 수적 차이에 주목했다. 현장의 류 감독은 90년대 LG 야구의 성공에 빗대어 올해 LG가 전력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유점에 초점을 맞췄다.

LG 류지현 감독(왼쪽)과 차명석 단장이 20일 인터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LG 출신 해설위원들이 쏟아진다. 왜 그럴까.

차: 일단 사투리를 안쓰는 선수가 많다. 또 그 쪽으로 진출하는 선배들이 많다 보니 후배들도 ‘나도 방향을 그렇게 잡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 같다. 두산이 우승해서 코치들이 자꾸 외부로 스카우트되는 것처럼, 우리는 또 그런 문화가 있는 것 같다.

류: 사투리 안쓰는 선수가 많다 보니 방송에서 선호하는 것 같다. 또 아무래도 서울 팀이 언론 노출 빈도가 높다 보니 인지도에서 강점이 있을테고, 상대적으로 선수 시절부터 인터뷰가 잦은 편이어서 말하는 스킬도 조금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LG 개막전 해설에 LG 출신이 온다면 ‘누가’ 좋을까

차: 일단 박용택 해설위원이 오는 게 스토리텔링이 될 것 같다. 감회도 새로울 것 같다.

류: 올해 개막전은 박용택이 하면 좋겠다. 은퇴를 하고 첫 해설 팀이 LG라면 지켜보는 시청자에게도 그럴테고 본인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박용택은 해설 잘 할 것 같다. 방송에서 몇초간 오디오가 끊기면 사고라던데, 그럴 염려가 없는 스타일이다.

-시즌 중 감독과 단장의 만남의 적정 횟수는.

차: 나는 매일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보다 어떤 식으로 만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시합에 져서 기분이 나쁠 때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고 있고 여러 감정 변화가 나타나는데, 단장은 감독을 찾아갈 때 감독이 불괘하거나 기분 나쁘지 않도록 미리 친밀함을 만들어놔야한다. 그런 거는 평상시, 지금 같은 비시즌에 만들어놔야한다. 그 토대를 지금 만들고 있다.

류: 만남의 간격이나 횟수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준을 잡는 것은 무의미다. 목표가 같다. 소통하면서 협업해 지혜를 모으겠다.

LG 차명석 단장(오른쪽)과 류지현 감독이 20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올해 LG에서 타이틀홀더가 나온다면 누구일까.

차: 작년에 우리가 2등 쯤 했다면 김현수가 충분히 MVP 후보가 됐을텐데 그게 아쉬웠다. 일단 김현수가 할 수 있다고 보고, 욕심이 있다면 라모스가 홈런왕 한번 해줬으면 좋겠다. 잠실 홈런왕이라는 건 어감부터 다르다. 잠실 홈런왕이란 타이틀은 MVP로 가는 바로미터다.

류: 기대를 한다면 정우영이나 고우석이면 좋겠다. 홀드왕이나 세이브왕일텐데 그 선수들이 타이틀을 딴다면 곧 LG 트윈스 성적이 낫다는 얘기가 된다.

-지금 LG에서 나를 닮은 선수가 있다면.

차: 연습을 덜하고 말 많은 걸 보면 임찬규가 떠오른다. 또 책을 즐겨 보는 측면에서는 은퇴한 박용택이 생각난다. 하여튼 종합적으로 임찬규가 가장 많이 닮았다. 말재주가 있고, 넉살도 좋은데 본인의 기분보다 상대를 배려하는 성격이다. 여러 모로 나를 닮았다.

류: 사실은 박용택이었는데 은퇴를 했다. 오랜 시간을 LG와 함께 한 그런 부분에서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 내일부터 선수들 유심히 보고 닮은 선수를 더 찾아봐야겠다. 아무튼 올해는 선수들에게 마음으로 더 다가가 서로 닮아가도록 노력하겠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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