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포털 뉴스 편집하자.."심층 기사 대신 '클릭용' 쏟아낸 언론"

송화연 기자 2021. 1. 2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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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이화여대 연구위원.."자극적인 제목 달아 알고리즘 속이기 전략"
© News1 DB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인공지능(AI)이 포털 사이트 뉴스 편집에 관여한 이후, 언론사들이 심층 취재를 한 깊이 있는 기사보다는 '클릭용 키워드'를 염두에 둔 기사를 쏟아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언론사가 양(量) 중심의 'AI 딥러닝 방식'에 맞춰 기사의 '질(質) 대신 양'을 선택하면서 저널리즘 가치를 재고해봐야 할 때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재원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포털 사이트의 인공지능 뉴스 큐레이션 도입과 뉴스 생산 관행 변화에 관한 연구:네이버 연예뉴스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포털 사이트는 뉴스편집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인간이 개입하던 기존 시스템을 폐지하고 AI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뉴스를 배열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15년부터 개인 맞춤형 추천 AI 알고리즘을 모바일에 도입했고, 네이버는 2019년 사월부터 자체 편집 영역을 없애고 개인의 이용행태에 기반한 AI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AI가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편집을 전담한 이후 알고리즘 저널리즘 구현이 어떻게 변화했는 지 연예매체를 중심으로 연구에 돌입했다.

그는 "포털사이트는 'AI 큐레이션은 인간의 선입견을 배제한다'며 장점을 내세우지만 이용자 취향에 맞춰 제공되는 정보는 '필터버블'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밝혔다. 필터버블은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맞춤형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해 이용자는 필터링 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조사 결과(2019년), 맞춤형 뉴스 제공 이용자 85.2%는 '내가 필요한 정보를 담은 뉴스만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답했지만, 73%는 '내가 선호하는 뉴스만 보여 중요한 뉴스를 놓칠까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이용자들이 필터버블 현상을 인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AI 큐레이션이 보편화되면서 뉴스 생산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졌지만, 뉴스 생산자는 '저널리즘 가치 구현'보다는 AI에 대처하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이용자의 클릭을 유도해 AI를 눈속임하는 현상을 낳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AI 편집 시스템에 맞춰 뉴스 생산자들의 관행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인공지능 큐레이션 환경에서 뉴스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지를 중점으로 연구했다.

이에 연예뉴스를 생산·유통하는 15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연예뉴스면의 기자들이 AI의 작동원리를 파악해 '알고리즘 속이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알고리즘 속이기 전략의 예시로는 Δ제목에 '단독' '공식' '종합' 등을 붙여 포장하거나 Δ소셜미디어에서 발생한 일을 베껴서 기사로 만들거나 Δ키워드 중심의 의미없는 기사를 반복 생산한 행위 등이 있다.

이 연구위원은 "(뉴스 생산자가) 뉴스 가치에 걸맞은 기사를 발굴·취재하기보다는 이용자가 좋아할 기사,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오를 기사를 우선적인 기사 가치로 고려하고 있다"며 "심층·기획·인터뷰 기사는 실종됐고 연예뉴스 생산 현장 기자들은 독자가 아니라 포털사이트 작동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 저널리즘 가치 상당부분을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 편집자가 좋은 기사를 메인에 편집해주던 기존 방식이 사라지면서 기자들이 클러스러팅 될 만한 키워드를 기존 기사에서 찾고 있다"며 "구체적인 작동방식이 알려지지 않은 알고리즘을 예측해 기사를 생산하면서 연예매체 소속 기자들이 양질의 기사를 쓰지 못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연구결과 현재 AI 편집 기본 전제가 저너리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역설했다.

그는 "언론사의 포털 사이트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와 전재료 다툼에서 시작된 포털 사이트에 대한 불신,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도의 차이, 각 언론사의 유통망 다변화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연예기사 생산자들은 커다란 피로감과 자괴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예매체는 포털사이트에 뉴스를 서비스하며 가속화되는 저품질 경쟁에서 벗어나도록 자정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포털 사이트 역시 저널리즘 행위자의 하나로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위원은 "포털 사이트가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치고 연 1회 내외로 미디어데이를 가져 전반적인 변화와 방향을 발표하고 있지만 더욱 세부적인 방향성을 뉴스 제작자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 "알고리즘은 영업비밀로 간주되지만 저널리즘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면 사회적으로 공개되고 논의될 필요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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