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노린 '강아지 알박기'에 3기신도시 예정지도 '골치'

고성민 기자 2021. 1. 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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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분과 고발, 이행강제금 부과 조치를 여러 차례 했습니다. 점차 농장 규모와 개체수가 줄어왔는데, 2019년 남양주 왕숙지구를 3기 신도시로 개발한다고 발표한 뒤로 농장주가 보상금 욕심을 내며 규모를 다시 키우고 개체수도 늘렸습니다. 불법으로 운영하는 농장이라 원하는 만큼 보상을 못 받을 텐데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남양주시 관계자)

◇ "불법 농장이지만, 보상금 원한다"

토지보상이 진행 중인 경기 남양주 왕숙지구에 속한 일패동의 한 불법 축사 모습. /조선DB

25일 남양주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3기 신도시 토지보상이 시작된 남양주시 왕숙지구에서 한 개농장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불법인 사업장에서 사육 가축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농장이 들어선 것은 최소 2008년 이전으로 파악된다. 남양주시가 이곳을 위반건축물로 처음 적발한 때가 2008년이다. 이를 포함해 현재까지 남양주시 건축과는 총 4번의 행정처분을 했다. 동물보호과에서 가축분뇨 불법 배출, 동물보호법 위반을 적발한 것까지 합하면 확인된 행정처분만 최소 6번이다. 이행강제금 누적과 개고기 수요 감소로 농장 규모와 개체수를 줄여가던 농장주는 왕숙지구 발표 이후 돌연 강아지 개체수를 늘렸다고 한다. 개채수를 늘려 보상금을 더 받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남양주시는 보고 있다.

농장주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2003년부터 이곳에서 농장을 운영해 왔고, 200여마리가 있던 2019년 12월쯤 농장을 접으려다가 (왕숙지구) 토지 수용 발표를 보고 버티면 보상금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솔직히 남아 있다"고 했다. 이어 "개체수가 현재 300여마리로 늘었는데, 일부러 늘린 것은 아니고 자연스레 늘었다"면서 "남양주시에선 설날 전까지 나가라고 하는데, 그때까지 다 치울 수가 없어 4월 중순까지 이전비만 받고 나가겠다고 대답했다"고 주장했다. 이전비로 얼마를 원하는지와 이전비가 기대보다 적다면 더 버틸 것인지에 대해선 "감정평가사들이 (감정)해봐야 알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포·하남… 보상 노리고 빈 땅에 개농장 설치도

토지보상금을 더 받으려고 사육하는 가축 수를 늘리는 것은 비교적 최근 들어 나타난 현상이다. 과거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거나 수목을 심던 것과 비교하면 생명을 도구처럼 쓴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SBS동물농장이 지난달 15일 유튜브채널 ‘애니멀봐’를 통해 공개한 영상을 보면, 김포 한강 시네폴리스 사업부지에 포함된 한 개농장에도 보상과 관련이 있는 상태다. 농장주는 방송에서 "솔직하게 말하면 여기가 보상과 관계있다"면서 "봄·가을 되면 서울 사람들이 도롯가에 막 쏟아버리고 간다. 그때는 주우려고 하면 한없이 줍는다"고 했다. ‘재산으로 취급되는 개의 마릿수를 통해 보상액수를 늘린다는 개농장 알박기’라고 방송은 지적했다.

앞선 2018년 LH의 하남 감일택지개발지구 부지에서도 보상을 노린 개 사육자들의 불법 점거가 발생했다. LH가 땅을 수용한 뒤 보상까지 완료한 지역이었는데, 일부 개사육자가 생활대책용지 보상을 노리고 불법으로 사육장을 설치한 것이다. 당시 개들에 사료 대신 음식물쓰레기를 주고 다른 개의 사체와 함께 방치하는 등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경찰 수사로 7명이 입건된 뒤 개 219마리가 구조됐다.

◇보상금 받는 건 맞지만… "불법은 못 받는다"

이런 농장주에게도 보상금이 갈까. 개체수가 많으면 보상금을 더 많이 받는 것이 사실일까.

우선 개체수가 많으면 보상금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은 일정 부분 맞는 얘기다. 가축 토지보상은 △축사 등을 이전하라는 용도로 주는 이전비 △축산업을 운영하던 원주민이 이전할 때 발생하는 영업손실에다 이전비를 더한 보상인 축산손실비로 구분된다.

이 중 축산손실보상을 받으려면 기준 개체수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은 ‘규정된 가축별 기준 마릿수 이상의 가축을 기르는 경우’ 축산업 손실보상을 해준다고 정의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닭 200마리 △토끼·오리 150마리 △양·돼지·염소 20마리 △소 5마리 △사슴 15마리 △꿀벌 20군이 기준이다. 위 가축들의 비율을 따져 기준을 넘어도 손실보상이 가능하다. 닭 100마리와 토끼 75마리를 기르는 경우다.

위 규정에 없는 동물은 ‘가장 유사한 가축이나 가금에 준해 기준 마릿수를 결정한다’고 법은 규정하고 있다.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개는 덩치가 비슷한 돼지에 준해, 20마리 이상이면 축산손실보상 대상이다.

축산손실보상은 이전비를 포함하기에 보상금이 더 높다. 예컨대 SH공사는 2016년 11월 고덕강일공공주택사업을 하며 닭, 오리, 개, 칠면조 등 83마리를 기르는 주민에 대해 이전비로 약 400만원을 보상했다. 개 31마리를 기르는 주민에 대해 이전비로 113만원, 개 25마리를 기르는 주민에 대해 이전비로 172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축산손실보상으로는 2010년 내곡공공주택사업을 하며 염소 21마리를 기르는 주민에 대해 보상금 458만원을 지급했다. 2011년 개와 염소 110마리를 기르는 주민에 대해 보상금 1058만원, 개 62마리를 기르는 주민에 대해 보상금 902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축산손실보상에는 설비 이전비용이 포함된다"면서 "가축의 마릿수뿐만 아니라 설비에 따라서도 보상금이 달리 책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남양주 개농장처럼 불법 농장일 경우 개체수가 몇 마리이든 축산손실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 LH 관계자는 "흔히 상가택지로 부르는 생활대책용지를 제공할 때도 사육두수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러나 무허가(미등록)로 사육하거나 무허가 축사에서 축산업을 영위한 경우 기준 마릿수 이상이어도 축산보상에서 제외된다"고 했다. 이어 "남양주 농장의 경우 토지보상 심의에서 결정될 텐데, 이전비만 지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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