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코로나 백신, 가족 불러 접종.. 英 보건당국 '꼼수' 발각

영국의 보건당국인 국민보건서비스(NHS) 직원 일부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잔여분을 우선 접종 대상이 아닌 가족이나 친지에게 제공한 일이 발생했다.

24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NHS는 일부 직원들이 의료진이나 70세 이상 노인 등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대상이 아닌 사람들을 상대로 잔여 백신을 제공한 것에 대해 조사할 방침을 밝혔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연합뉴스

NHS에 따르면 이들은 백신 접종 대상이면서도 예약 당일 접종소에 오지 않는 사람들의 몫인 잔여 백신을 자신의 친구나 가족에게 연락해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 잔여 백신은 폐기 처분해야 한다.

텔레그래프는 켄트, 에섹스, 버킹엄셔, 사우스런던 등 코로나19 백신센터에서 우선 접종 대상이 아닌 70세 미만 시민들이 NHS 직원들의 연락을 받고 잔여 백신을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리버풀의 NHS 센터에서는 NHS 직원의 서른 살 전후 친지가, 노팅엄대학병원 NHS 센터에서도 우선 접종대상이 아닌 50대의 시민이 NHS 직원인 친지의 연락을 받고 백신은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영국에서 대규모로 접종되고 있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영하 70도 내외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한다. 이에 백신 접종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보관상의 문제로 폐기 처분해야 한다. 그러나 NHS 직원들은 이런 잔여 백신을 폐기하지 않고 우선 접종 대상이 아닌 친지들을 불러 접종한 것이다. 영국 내에서는 이들이 방역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영국 보건 당국은 지난 1월 접종지침을 통해 현재 우선순위 그룹 외의 사람들은 의사가 임상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백신 자원이 낭비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NHS 지도부는 일부 직원들이 70세 이하의 친지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지침 위반으로 징계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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