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TSMC에 밀린 삼성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역량 확보 시급"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 글로벌 3위
D램 편중, 가격 등락에 실적도 요동
영업이익률, 삼성 26%·TSMC 42%
이재용 공석, 투자 제때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미국 인텔과 대만 TSMC에 이어 지난해 글로벌 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인 인텔과 TSMC가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를 위주로 사업 구조를 짜고 있는 것과 다르게,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지난해 D램 가격이 바닥을 치면서 경쟁사 대비 실적이 낮아지는 ‘딜레마’가 나타난 것이다.
시급히 사업을 전환해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간 이익의 균형추를 맞춰야 한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으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로 대규모 투자 등이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는 투자 적기를 놓치면 경쟁사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디바이스솔루션)의 지난해 이익은 약 19조원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이 26조원2000억원(237억달러)에 달하는 인텔과 21조9700억원(5565억타이완달러·TWD)를 기록한 TSMC에 밀려 글로벌 3위를 차지한 것이다.
특히 TSMC의 경우 매출이 52조9000억원(1조3393억타이완달러·TWD)을 기록해 약 73조원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보다 매출이 적었음에도 이익은 오히려 3조원 더 거뒀다. TSMC는 지난 2019년 영업이익 14조7216억원으로 당시 삼성전자(14조200억원)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지난해 격차를 더욱 벌렸다.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이 2019년보다 35%나 뛰었음에도 글로벌 3위에 그친 이유로 업계는 경쟁사에 비해 낮은 영업이익률을 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6%의 영업이익률(추정)을 거둬, TSMC 42.3%, 인텔의 30.4%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는 세계 1위인 D램(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에 반해 인텔이 쥐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나 TSMC가 장악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삼성전자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업 분야가 D램 등 메모리 분야에 편중됐다는 것이다.
다만 D램 가격이 지난해 바닥권에서 올해 슈퍼사이클(장기호황)로 접어들 것이 확실시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역시 크게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 전망을 종합해보면 삼성전자의 올해 메모리 반도체 영업이익은 26조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7조7000억원에 비해 46%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른 전체 반도체 영업이익도 올해 28조원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역대 최대 수준인 6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금까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은 지난 2018년 44조5700억원이었다.
문제는 다시 D램 가격이 내려가는 시점이 언제냐는 것이다. D램에 쏠려 있는 삼성전자의 사업구조상 실적이 다시 요동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의 영업이익 비중(추정)은 7% 수준으로, 그만큼 메모리 반도체 편중이 심하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전환되는 추세다. 실제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시스템 반도체의 비중은 56.5%로, 메모리 반도체(26.3%)의 2배 이상이다. 이 분야는 미국이 전체의 60%를 점유하고 있고, 시스템 메모리를 위탁해 생산하는 파운드리는 대만이 64%를 차지하고 있다.
실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 역시 시스템 반도체의 역량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입해 시스템 반도체 1위로 올라서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지난 2019년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이 부회장의 수감으로 대규모 투자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려면 오너의 결단이 중요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힘들다는 것이다.
외신 역시 이 부회장의 부재를 반도체 산업과 연계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파운드리 1위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삼성전자의 의사결정은 이 부회장의 부재로 빠른 진행이 어려워졌다"고 밝혔고, 블룸버그통신 또한 "삼성전자의 장기적인 투자 행보가 당분간 지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삼성이라는 큰 회사는 이 부회장이 없더라도 의사결정이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메모리 반도체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사업을 전환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점에서의 오너 부재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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