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합류 앞둔 센터 정호영의 '희망가'[강홍구의 터치네트]

강홍구 기자 2021. 1. 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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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도 보조기도 떼고 이젠 잘 걸어 다녀요.”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생각보다 더 밝았다. 여자부 KGC인삼공사의 2년차 센터 정호영(20)은 현재 세 달째 재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18일 시즌 개막전에서 왼쪽 무릎이 바깥쪽으로 꺾이는 불의의 부상으로 전방십자인대 파열 등 수술을 받았다. 선수 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2월부터 팀 합류해 재활

정호영은 현재 광주 집에서 근처 트레이닝센터를 오가며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오전, 오후에 걸쳐 하루 꼬박 5시간 이상씩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목발, 3주전 보조기를 뗀 정호영은 최근 한 쪽 발로 중심을 잡는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양 쪽 다리의 균형을 맞추는 훈련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하면서 좌우 밸런스가 무너졌기 때문.



극심한 통증으로 한 때 살도 많이 빠졌었다고 한다. 정호영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너무 아파서 밥을 제대로 못 먹을 정도였다. 입맛이 없어져서 이틀 굶다시피 했더니 위가 줄어든 것 같다. 72㎏던 체중이 66㎏까지 내려갔다가 지금은 70㎏로 회복됐다”고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한 발로 서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정호영의 목소리가 티 없이 밝았다.

다음달부터는 팀에 합류해 재활을 할 예정이다. 올 시즌 출전은 불가능하지만 팀에서 함께 호흡하며 상태를 점검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금도 정호영은 선수단 단톡방에서 매일 같이 응원을 불어넣고 있다. 정호영은 “(인삼공사의) 이영택 감독님이 ‘힘든 개인 훈련이 준비돼 있다’며 벼르고 있더라”고 웃고는 “언니들에게 피해가 안 가는 선에서 열심히 재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응급실에서 돌려 본 부상 영상

아찔했던 부상의 순간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정호영은 “‘컨디션이 좋을 때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딱 그랬다. 3세트 때 교체 투입됐다가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4세트 선발로 들어갔다. 내가 다치지 않았다면 분위기를 바꿔 승리할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공중에서 급히 자세를 바꾸면서 다치게 됐다는 설명. 정호영은 “공격 후 착지를 하려는데 (세터) 혜선 언니와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충돌할 것 같았다. 내 딴에 조금 더 뒤로 떨어져야지라고 생각하다가 그렇게 다친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안짱다리로 떨어지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고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정호영의 부상 수습 과정에서 들 것이 제 때 들어오지 않았고 의료진의 구성에도 문제가 있었던 점 등이 드러나면서 V리그의 안전 불감증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센터로 포지션 변경 뒤 맞이하는 첫 시즌이었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통화 내내 ‘억울’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썼을 정도였다. 정호영은 “시즌을 앞두고 정말 열심히 훈련을 했다. 웨이트트레이닝부터 러닝, 볼 운동 다 ‘내가 제일 많이 했다’ 싶을 정도로 준비를 착실히 했다. 데뷔 시즌처럼 자신감이 없었다면 오히려 덜 억울했을 것. 올 시즌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가득했는데 다쳐서 너무 억울했다”고 말했다. 억울한 마음에 부상 직후 응급실에서 깁스를 감으면서도 수차례 부상 영상을 돌려봤다고 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부상은 아쉽지만 팬들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됐다. 부상 직후 인스타그램 DM 등을 통해 온 메시지만 200여 통. 정호영은 “일일이 답을 못 달아드려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자신과 같은 병원에서 같은 수술을 받은 어머니를 둔 한 남성 팬의 응원이 와 닿았다고 한다. 정호영은 “어머님 치료를 위해 병원에 올 때마다 저를 위한 기도를 해주신다고 하더라. 응원하는 팬들이 많으니 천천히 재활하라는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동료 선수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정호영은 “(주장인) 지영 언니에게 경과도 전할 겸 자주 연락을 하는데 ‘다 너 기다리고 있으니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해줘 감사했다”고 말했다.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유일한 방법은 코트에 복귀하는 것. 정호영은 “생각보다 회복 속도가 빨라서 다행. 팬 여러분께서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시 한 번 코트 위에서 활짝 웃는 얼굴로 플레이할 정호영을 기다려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세상에 없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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