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든든함과 기쁨을 주는 사위.."어머니라고 부른 순간 잊지 못해"

기자 2021. 1. 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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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꽃같이 예쁜 사위가 하나 있다.

2015년, 바쁜 남편을 빼고 나와 사위, 딸, 아들은 내가 20여 년 전 처음 해외여행을 갔던 미국 서부로 떠났다.

대문 밖을 서성이다 이제야 마음을 열고 내 삶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사위가 '어머니'라고 부른 그 순간, 내게는 아들이 하나 더 생겼다.

귀한 시간 내서 여행도 가 주고, 가족 모두에게 든든함과 기쁨을 주는 꽃 같은 내 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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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 김수환

내게는 꽃같이 예쁜 사위가 하나 있다. 2013년, 타지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딸이 처음 결혼을 언급하길래 당사자와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사위는 그렇게 예쁜 꽃이 아니었다. 키가 172㎝인 딸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동안의 청년이었다.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지만, 우리 부부가 공무원 생활을 한 탓인지 당시엔 장점으로 보이지 않았다. 딸 가진 부모 욕심으로 보면 너무나 평범한 청년이었다. 식사를 하며 대한민국 예비 장모들이 궁금해한다는 세속적인 질문을 던졌다.

“신혼집은 있어요?”

사위는 이 질문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당당한 기세에 눌려 나는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생각했다.

‘아, 아직 혼자 힘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닌데 괜한 걸 물었구나.’

내 욕심이 담긴 우문에 거침없는 현답을 해준 청년. 예비 장인·장모에게 잘 보이려고 둘러댈 법도 한데, 담백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고 그 청년은 다음 해 내 사위가 됐다.

가족이 모두 여행을 좋아하고 내가 특히 좋아해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틈만 나면 국내외로 여행을 보내곤 했다. 수시로 여행을 다닌 딸에 비해 사위는 여행 경험이 많지 않았다. 사위에게 내가 본 넓고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넌지시 가족여행을 제안했다. 갓 결혼한 터라 처가와의 여행이 불편할 수 있었을 텐데도 사위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2015년, 바쁜 남편을 빼고 나와 사위, 딸, 아들은 내가 20여 년 전 처음 해외여행을 갔던 미국 서부로 떠났다. 새로 생긴 가족과 함께하는 첫 여행은 이전 여행과는 다른 든든함을 안겨줬다. 여행을 해보니 사위의 진면목이 서서히 드러났다. 학생들에게 시크하다는 말을 듣는 딸에 비해 사위는 자상하고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성품을 가졌음을 알게 됐다. 체력이 달리는 딸의 캐리어를 챙기고, 나를 대신해 알뜰살뜰 쇼핑에, 틈틈이 독학했다는 영어를 막힘없이 쓰는 사위는 어느새 가족의 여행 리더가 돼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딸이 남편감을 제대로 골랐다는 믿음이 커졌다. 9일간의 여정에 우리는 더 가까워지고 어느새 진정한 가족이 돼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장모님’이란 호칭이 자연스럽게 ‘어머니’로 바뀐 순간의 울림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대문 밖을 서성이다 이제야 마음을 열고 내 삶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사위가 ‘어머니’라고 부른 그 순간, 내게는 아들이 하나 더 생겼다.

딸이 결혼한 지 7년. 어느새 우리 집 구석구석 사위의 살뜰한 손길과 마음이 묻어났다. 집안 대소사를 함께 의논하고, 컴퓨터를 수리하고, 꽃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가져온 조롱조롱 꽃을 단 진급 기념 호접란까지. 직장 일이 힘들 텐데도 집안일에 소홀하지 않고 하나뿐인 손녀도 어찌나 살뜰히 키우는지. 사랑하는 가족들을 더할 나위 없는 애정으로 소중히 대하는 사위가 얼마나 예쁘고 귀한지 모르겠다. 귀한 시간 내서 여행도 가 주고, 가족 모두에게 든든함과 기쁨을 주는 꽃 같은 내 사위. 김 서방, 사랑한다. 코로나19가 사라지면 우리 또 함께 여행 가자!

장모 이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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