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탄생한 '안경사'..다른 나라에는 없는 앞선 제도죠"

2021. 1. 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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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 대한안경사협회 협회장…“돋보기·도수물안경 온라인 판매 허용은 국민 안 보건 위협”

김종석 대한안경사협회 협회장.(/서범세 기자)


[대담 = 한상춘 한국경제 논설위원, 정리 = 이명지 한경비즈니스 기자] 2019년 갤럽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19세 이상 성인 남녀의 안경 착용률은 54%로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경 소매 시장의 규모도 약 3조원에 육박한다. 옛말에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했다. 우리 신체에서 눈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잘 맞는 말은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안경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은 안경원에서 눈 검사와 조제 가공, 피팅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이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안경사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경사의 업무와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대한안경사협회는 안경사들의 권익을 신장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대한안경사협회는 중앙회와 전국 16개 시도안경사회, 173개의 분회로 구성돼 있다. 국민의 안 보건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하는 5만여 안경사들의 권익 보호와 법정 보수 교육 관리 등 안경사의 대국민 위상 제고를 위해 앞장서는 곳이다. 지난 1월 18일 김종석 대한안경사협회 협회장을 만났다. 


▶안경사의 역할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여전합니다. 안경사의 업무는 무엇인가요.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안경사가 ‘눈 전문가’라기보다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판매하는 사람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안경사는 우리 인체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눈’을 다루는 전문가입니다. 전문성이 동반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대학에서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안과 의사들과 구분해 국민의 눈 건강 지킴이로서 사명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많은 안과에서도 검안 부분은 안경사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 43개 대학에서 전문 교육을 받고 석·박사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등 안경사들의 수준과 전문성도 매우 높아졌습니다. 안경·콘택트렌즈·선글라스는 꼭 안경사와 상담한 후 구매하길 당부합니다. 특히 요즘은 누진다초첨 렌즈나 기능성 렌즈 등 하는 일에 따라 적합한 안경 렌즈가 다양해 상담이 꼭 필요합니다.”


◆안경과 콘택트렌즈는 의료 기기로 분류돼 안경사에 의해 취급되고 있지만 안경테는 공산품입니다. 이러한 구조가 문제는 없나요.


“안경은 ‘제2의’ 눈이라고 말할 만큼 시력을 교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의료 기기인 안경과 콘택트렌즈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전문가에 의해 취급돼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법적으로 안경테는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고 안경은 의료 기기로 분류돼 있어 국민들의 시력 관리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경테도 안경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요소이므로 의료 기기로 분류돼야 합니다. 안경테는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지는 만큼 피부에 트러블이나 충격 시 신체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지 여러 가지 부분에서 안전성이 고려돼야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안경은 곧 눈입니다. 안경테도 안경원에서 전문가인 안경사와 상담한 후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1989년 안경사 제도 도입이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제도 도입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1989년 12월 정기 국회에서 안경사 제도가 통과하며 ‘안경사’라는 직업이 탄생했습니다. 당시 국회에서 발의한 의료기사법 중 안경을 맞추기 위해 안과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많은 안경사들은 수술· 진료·치료 등을 안과의사가 전담하고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등 시력 보정이 필요한 업무는 안경사들이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협회장이던 9대 김태옥 회장님이 시력 보정을 위한 업무는 안경사들에게 모두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안경사들도 힘을 모았습니다. 안과 의사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지금의 안경사 제도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김태옥 회장과 선배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안경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안경사들과 협회의 노력이 있었지만 아직도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편이고 전문가라는 인식도 낮습니다. 안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로 인식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들이 안경사의 역할을 잘 알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전문적인 기술과 함께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보건의료인은 ‘안경사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전문가라는 인식보다는 안경을 판매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안경사는 전문가로서 안경원뿐만 아니라 안과에서 시력 검안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사의 지도를 받는 것이 아니라 안경원에서 독립된 시력 검안 업무를 수행하는 안 보건 전문가입니다.  

김종석 대한안경사협회 협회장.(/서범세 기자)



안경사협회가 직면한 현안은 무엇이 있나요.


“해외에서는 안경을 맞출 때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나라마다 시스템이 다르기는 하지만 미국을 예로 들면 소비자가 안경을 맞추기 위해서는 검안사에게 100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시력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처방전을 받은 후 안경원에서 안경을 구입하게 되는데 안경이 조제 가공돼 고객에게 전달되는 데 약 2~3주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과정이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고객이 안경의 구입비용과 시력 검사 비용까지 별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시력 검사부터 조제·가공·피팅까지 안경원에서 전문가인 안경사에 의해 이뤄지는 좋은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안 보건에 기여하는 안경사들의 전문가로서의 가치에 대한 법적인 제도 확립은 미비한 상태입니다. 또한 국민 절반 이상이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등을 착용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복지 지원은 전무한 상태입니다. 현재 보청기와 임플란트 심지어 스케일링까지 제도적인 지원을 받는데 신체에서 가장 소중한 눈 건강에 대한 지원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65세 이상 고령층과 초·중·고등학생 등을 구분해 국가가 시력 보정용 안경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현재 법안 발의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안경사협회장으로서 현재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안경은 착용자의 동공 간 거리(PD : Pupillary Distance)와 광학 중심점 높이(OH : Optical Height) 등 사람마다 서로 다른 안구의 특성을 고려해 렌즈의 광학 중심점과 일치하도록 조제·가공이 필요한 의료 기기입니다. 단순히 일정하게 조제된 기성품으로는 정확한 시력 교정이 불가하죠. 따라서 근용 안경(돋보기)도 정확한 검사를 통해 착용해야 합니다. 돋보기 기성품은 안경테 변형에 의해 정점 간 거리가 변화되면 실제 굴절력보다 낮거나 높은 굴절력의 안경을 쓴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해 시력 저하와 안정 피로, 두통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전문 안경사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 길거리나 온라인에서 쉽게 판매된다는 것은 국민의 안 보건 관리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도수 물안경은 수중에서 물과 안구의 직접적인 접촉을 차단해 눈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굴절 이상이 있으면 수경에 도수를 처방해 착용하도록 함으로써 수중에서 선명한 시야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따라서 도수 물안경은 전문가인 안경사에게 정확한 검사를 받고 상담 후 처방 도수에 따라 조제, 가공돼야 합니다. 만일 인터넷을 통해 일반 공산품처럼 아무런 제재 없이 판매되면 시력 미교정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국민 눈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안경원은 1만여 개로, 국민 4500여 명당 1개 정도로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안경원을 찾아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현재 발의된 근용 안경과 도수 물안경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게 하는 법안은 국민 안 보건에 큰 위해가 될 수 있고 또한 5만 안경사들의 업권과 생존권에도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협회에서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소중한 신체와 관련된 법안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안경사협회는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많이 펼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안경사협회는 사회 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전국 16개 시도(세종시는 충남에 포함)에 173개 분회가 중앙회를 중심으로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아 중국 동북 3성 쪽을 찾아가 우리 동포 1000여 명에게 사랑의 안경 나눔 행사를 열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찾아가 눈과 피부에 백색증 현상이 있는 알비노 환자들에게 안경을 맞춰 주는 봉사 활동을 펼쳤습니다.


협회나 시도안경사회별로 필리핀·베트남·몽골 등 시력 관리가 어려운 세계 여러 나라에 ‘사랑의 안경 나눔 봉사 활동’을 펼치는 등 민간 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안경테와 시력 검사 장비를 직접 현장에 가지고 가 시력 검사와 안경테를 선택해 다시 한국에서 안경 렌즈를 조제, 가공해 다시 현지로 찾아가 한 명씩 정확히 피팅해 주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받는 분들이 흘리는 고마움의 눈물에 힘든 것을 모두 잊어버리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안경사들로 구성된 동남라이온스클럽에서는 전국 8개 소년원을 일회성이 아닌 매월 정기적으로 찾아가 소외된 청소년들이 밝은 눈으로 사회 적응 교육을 받도록 안경을 맞춰 주는 봉사를 벌써 15년이 넘도록 펼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따뜻하고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열하기가 힘들 정도로 크고 작은 재능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안경사협회장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 있을까요.


“뼛속까지 안경이라는 걸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우리 안경사들이 우리 사회에서 하는 역할 만큼 존중과 존경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대외적으로도 안경사라는 전문가들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력도 겸비해야 하고 관계 부처를 비롯해 국회 등 대외적으로 어디를 가더라도 당당하게 현안을 설명하고 관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특히 21대 국회에 발의된 근용 안경과 도수 물안경 온라인 판매 등 눈앞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우리 안경사들이 나눌 수 있는 마음, 사회적인 봉사 활동을 통해 사회적 공헌에도 앞장서야 합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3호(2021.01.25 ~ 2021.01.3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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