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미안의 네 딸들' '세일러문' 추억의 순정만화가 돌아온다

나윤석 기자 입력 2021. 1. 25. 10:50 수정 2021. 1. 2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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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의 네 딸들’ 등 순정만화의 고전들이 레트로 열풍 속에 잇달아 재출간되고 있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의 한장면.

■ 레트로 열풍 타고 고전들 재출간 잇따라

- 1986년 첫 연재 ‘아르미안…’

독자펀딩 3주만에 1억 몰려

출판사, 다양한 복간판 검토

- 1992년 태어난 ‘세일러문’

구판이 50만 ~ 60만원 거래

최근 완전판 국내최초 선봬

- 2004년 등장 ‘달빛천사’

음원펀딩에 26억이나 모여

삽입곡 리메이크 앨범 발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순정 소녀들’이 돌아온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이하 세일러문)’ ‘아르미안의 네 딸들’ ‘달빛천사’ 등 1980∼2000년대를 대표하는 순정만화 고전들이 완전판·레트로판 출간, 음원 리메이크 등의 형태로 귀환하고 있다. 어른으로 성장한 팬이 추억을 마주하는 기쁨에 지갑을 열면서 ‘독자 펀딩’도 잇달아 대박을 터뜨리는 모습이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 복간본 펀딩에 1억 원, ‘달빛천사’ 음원 펀딩엔 26억 원이 몰리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에 출판사들은 다양한 순정만화 소장판 출간을 계획 중이다. 수십 년 전 만화잡지가 나오면 서점으로 달려갔던 30∼50대 팬에 젊은 층까지 가세하며 ‘레트로 순정만화’ 열풍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민음사 산하 브랜드 세미콜론은 최근 다케우치 나오코의 ‘세일러문’ 완전판(10권)을 국내 최초로 출간했다. 일본에서 세일러문 탄생 20주년을 기념해 2013∼2014년 완간한 작품을 번역했다. 평범한 여중생이 ‘마법 전사’로 변신해 악당을 무찌르는 이 만화는 1992년 첫 출간 이후 17개국에서 3000만 부가 넘게 팔렸고, TV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도 40여 개국에서 방영됐다. 국내에서도 해외 못지않은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로 시작하는 삽입곡은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은 사람조차 흥얼거릴 정도로 유명해졌고, 1990년대 중후반 대원출판사 등이 출간한 구판(舊板)은 최근까지 중고 사이트에서 50만∼60만 원에 거래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출간과 동시에 완전판을 구매했다는 한 블로거는 “수십만 원의 구판도 사이트에 올라오는 즉시 팔리는 바람에 좀처럼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마음 졸이면서 사이트를 들락날락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기적의 세일러문’이라는 노랫말처럼 동심을 다시 찾아온 듯한 기적을 만난 기분”이라고 전했다.

18권이었던 기존 전집을 10권으로 재구성한 완전판은 영어나 한국식으로 불렸던 캐릭터 이름을 일본어 원어로 바꿨다.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세라’로, 단행본에서 ‘월아’로 불렸던 세일러문은 ‘쓰키노 우사기’라는 본명을 되찾았다. 세미콜론 관계자는 “문화계 전반에 복고 열풍이 불면서 ‘고전을 새롭게!’라는 모토 아래 출간 라인업을 정리하고 있다”며 “작품명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일본 유명 작가의 또 다른 순정만화 출간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삶은 그 의미를 갖는다.” 비장미 넘치는 촌철살인의 대사로 기억되는 ‘아르미안의 네 딸들’(거북이북스)도 이달 초 20권짜리 레트로 복간판이 나왔다. 신일숙 작가가 1986년 발표한 이 작품은 기원전 5세기 무렵 가상의 왕국 아르미안을 배경으로 개성이 다른 왕녀 네 명의 파란만장한 대서사시를 담았다. 가부장제가 팽배했던 1980년대 여성이 왕권을 잇는 대범한 서사와 화려한 그림체로 한국 순정만화의 ‘영원한 클래식’이 됐다. 지난달 1일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시작한 독자 펀딩은 3주 만에 목표 금액(300만 원)의 41배가 넘는 1억2467만 원(854명 참여)을 모았다. 알라딘에서 2019년 이후 진행한 70여 건의 북펀드 중 최고 금액이다.

북펀드 ‘응원댓글’ 게시판엔 “폭발적인 반응에 내가 더 눈물겹다” “같은 추억을 가진 분이 이렇게 많다는 생각에 울컥하다” “깔끔한 새 책으로 엄마와 정독해야겠다” 등의 글이 달렸다. 북펀드 흥행에 고무된 거북이북스는 다양한 레트로판 출간을 검토하고 있다.

2004년 투니버스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의 삽입곡은 2019년 말 정식 음원으로 부활했다. 주인공 루나를 연기한 이용신이 타이틀곡 ‘뉴 퓨처’ 등 5곡이 담긴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했다.앨범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 7만 명이 참여해 무려 26억 원을 모았다. 살아갈 날이 얼마 안 남은 소녀가 저승사자의 도움으로 가수의 꿈을 이뤄가는 이 애니메이션의 꾸준한 인기에도 팬들은 15년 전 TV 화면에서 추출된 영상 같은 ‘어둠의 경로’로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용신은 “저음질의 OST를 들으며 추억을 곱씹어야 했던 팬들을 보며 앨범 발매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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