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연예뉴스 알고리즘에 '단독' '종합' 꼼수 기승"

박현익 기자 2021. 1. 2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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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모바일 뉴스 연예 페이지(왼쪽)와 메인 화면 연예 탭.

네이버가 뉴스 편집에 도입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뉴스 생산자들의 포털 의존도가 더 심화됐고 이른바 ‘가짜 단독’ 기사가 기승을 부리게 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 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한국방송학회가 이달 발행한 학술지 ‘방송통신연구’에는 이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이 쓴 ‘포털 사이트의 인공지능 뉴스 큐레이션 도입과 뉴스 생산 관행 변화에 관한 연구’가 실렸다. 이 연구위원은 네이버가 2019년 4월부터 본격 도입한 AI 뉴스 추천 시스템 ‘에어스(AiRS)’로 나타난 연예 저널리즘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해 2~8월 연예 뉴스 생산자 1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기자나 PD, 언론사 임원 등 모두 미디어 종사자였으며 포털 측 관계자는 참여하지 않았다.

논문은 "포털상 뉴스가 아니라 콘텐츠로 분류된 연예 매체의 뉴스 생산자들이 포털 사이트와 상호 의존적인 환경에서 기사를 생산하는 흐름이 더 거세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연구 결과 AI 편집이 저널리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용자 취향과 반응에 기반을 둔 알고리즘 특성상 연예 매체는 독자가 많이 보는 뉴스 중심으로 기사를 생산하고, 독자의 알 권리,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기사를 발굴하거나 심층취재하는 데 소홀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용자들이 클릭하도록 유도하는 자극적인 제목이나 소모적인 방식의 기사체를 확대하는 데 급급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논문은 또 연예뉴스 생산자들이 새로운 뉴스에 가치를 부여하는 알고리즘을 반영해 ‘단독’과 ‘종합’ 등의 표현을 남발한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단독 기사를 취재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꼼수로 넘어서는 상황에 부닥치고 말았다"며 "기사 내용의 충실성과 상관없이 제목으로 차별화를 꾀하거나 심지어 ‘가짜 단독’까지 내놓고 있다"고 했다. 한 연예지 부장은 "네이버에서 ‘단독’ 기사에 가중치를 부여한다고 했으니, 조금만 새로운 내용이 있어도 제목에 ‘단독’을 붙이는 매체가 늘었다"며 "서로 질세라 ‘단독’을 붙이면서 악순환이 생겼다"고 했다.

알고리즘을 속이기 위해 의미 없이 중복된 내용으로 기사를 반복, 재생산하는 경우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전문 편집자가 배제되고 알고리즘이 기계적으로 편집하면서 이미 공개된 내용을 ‘복사 붙여넣기’하는 기사가 늘었다"며 "양질의 기사라고 보기 어렵지만, 많은 사람이 클릭하기에 알고리즘이 가치 있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치인·연예인의 SNS를 베껴 쓰는 기사가 과하게 늘어났다고 연구 참여자들은 토로했다. 한 경제지 부장은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의 사건이라든가, 연예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BJ처럼 애매한 사안을 어디선가 ‘단독’이라고 쓰면 네이버 톱으로 간다"며 "안 쓰고 싶어도 안 쓸 수가 없게 된다"고 했다.

에어스 도입 이후 네이버는 유사한 소식을 다룬 기사들을 묶어서(클러스터링) 분야별 톱에 올리는데, 이런 편집 방식이 악순환을 낳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포털에는 다수의 기사가 유사도가 높아야 클러스터링이 형성되는데, 견해가 뚜렷하거나 차별화된 기사가 오히려 포털 메인에 오르는 데 방해가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 결과 ‘진짜 단독 기사’의 메인 노출을 되레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논문은 "포털 사이트가 저널리즘 행위자로서 알고리즘의 세부적인 방향성을 뉴스 제작자들과 공유하고, 사회적으로도 공개·합의해야 한다"며 "이용자의 취향에 맞추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저널리즘 가치가 구현되는 상생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예 매체도 ‘저품질 경쟁’에서 벗어나도록 자정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알고리즘 속이기’보다는 뉴스 가치를 더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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