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 vs 성착취물..경찰 '알페스' 수사 혼선

김주현 기자 2021. 1. 25.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이 '알페스'(RPS·Real Person Slash)의 제작자와 유포자 110여명(아이디 기준)을 대상으로 내사에 착수한 가운데 처벌 규정을 두고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경찰에 직접 알페스 제작자 110여명(아이디 기준)을 추려 수사의뢰를 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알페스는 성착취물이나 다름없어 뿌리 뽑혀야할 성범죄"라며 성폭력특례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일각에서는 허구의 창작물을 성착취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알페스 제작자 등 110여명 수사의뢰…경찰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알페스 제작자와 유포자 110여명(아이디 기준)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사진=김성진 기자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4일부터 알페스 관련 내사에 착수했다. 알페스가 사회적 논란거리로 떠오르자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아직까지 수사 대상이나 적용 혐의 등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하 의원은 지난 19일 알페스 관련 게시물 중 수위가 높다고 판단한 110여개 아이디를 추려 영등포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영등포서는 고발인 조사 등을 진행한 다음 사건을 서울청으로 이송할 예정이다.

'알페스'는 아이돌 멤버를 주인공으로 삼은 동성애 소설이나 만화 등 음란물을 뜻한다. 일부 알페스는 미성년 아이돌 등을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페스 게시물은 아직까지 수사가 진행된 전례가 없고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수사 대상이나 적용 혐의 등은 명확하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수사 과정에 따라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고 적용 혐의를 검토할 것"이라며 "수사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대상이나 혐의를 단정지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시대 흐름에 맞게 새롭게 나온 범죄라면 법개정이 뒤따를 수도 있으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페스처벌법'까지 거론…"성착취물 판단은 쉽지 않아"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하 의원은 이른바 '알페스처벌법' 개정안도 준비 중이다. 이르면 이번 주내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었지만 검토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하 의원은 "딥페이크의 경우 성폭력처벌특례법에 따라 강한 처벌을 받게 돼 있다"며 "알페스는 형태가 만화와 글일 뿐 딥페이크와 마찬가지기 때문에 똑같이 엄벌해야 한다"라고 했다.

처벌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성착취물 처벌은 어렵지만 명예훼손 검토나 손해배상청구와 같은 민사소송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명예훼손을 논의할 순 있지만 창작물이기 때문에 적용이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성적인 표현이 사회적 질서 수준을 넘어서거나 개인의 선량한 감정을 해치면 음란물로 판단할 순 있다"며 "피해자 유무나 실존 인물 여부가 아니라 내용이 음란물의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성착취물로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림이나 창작물에는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며 "성적 대상화하는 글을 쓴 것으로 성착취물 처벌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특히 언어적인 부분은 법정 공백 상태"라고 설명했다.

법적 처벌 쟁점을 따지기 보다는 사회적 공론화가 우선돼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일종의 문화로 여겨지던 팬픽이 사회 문제로 논의되는 것은 중요하다"라며 "성적 묘사를 어떻게 줄여나갈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를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쟁점이 많은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판단하긴 어렵다"면서도 "현행법상 사진이나 영상 합성물과 달리 저급한 소설을 쓰거나 내용을 표현하는건 성폭력 범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사적 손해배상청구는 충분기 제기할 수 있지만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성립하긴 어려운 부분이 많다"라며 "알페스는 일종의 창작물로 누구나 허구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음란물로 판단되면 음란물 유포죄가 성립될 수 있으나 이는 글이 어떤 형식을 갖췄는지를 따져봐야한다"라고 했다.

[관련기사]☞ '성폭행 의혹' 장진성, 승설향과 주고 받은 카톡 공개"불면증엔 오메가3 먹어라"…잘 자는 비법 10가지"관용 보여달라"…김새롬 감싼 이들은 누구?아이유와 꼭 닮은 中 '차이유'…알고보니 '딥페이크'"헤어진 애인은 꽃뱀" 문자 폭탄, 명예훼손 '무죄' 왜?
김주현 기자 naro@mt.co.kr,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