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도쿄올림픽 강행 'B플랜'은?

권종오 기자 2021. 1. 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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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1년 연기됐던 2020 도쿄올림픽이 또다시 취소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도무지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개최국 일본마저 긴급사태를 선포할 만큼 상황이 심각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예정대로 오는 7월 23일에 개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 개최까지는 넘어야 할 난관이 너무 많아 제대로 치러질지 의구심은 증폭되고 있습니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올림픽을 취소하는 게 맞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 속에 올림픽을 치른다 해도 '지구촌 축제'가 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그토록 염원했던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도 이제 물 건너갔습니다.

하지만 IOC와 일본은 현실적으로 올림픽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입니다. 도쿄올림픽이 취소되면 IOC는 중계권료 약 2조 7천억 원을 받을 수 없고 막대한 스폰서 수입 손실도 보게 됩니다. 일본은 수십조 원의 직접적 손해는 물론 기대했던 간접적 경제 효과도 모두 잃게 됩니다. 한마디로 취소는 IOC와 일본에게 엄청난 재앙인 셈입니다.


IOC는 돈뿐만 아니라 또 다른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IOC는 올림픽을 위해 존재하는 기구입니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을 이유로 도쿄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2022년 2월 개막 예정인 베이징동계올림픽도 위태로워집니다. 만약 2024년 초에 또 다른 바이러스가 창궐한다면 같은 논리로 2024 파리올림픽도 취소해야 합니다.

역대 올림픽 역사에서 올림픽이 취소된 이유는 오직 전쟁뿐이었습니다. 전쟁이 아닌 다른 이유로 올림픽을 취소하다 보면 이것이 선례가 돼 계속 취소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습니다. 올림픽이 자꾸 취소되면 IOC는 존재 의미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계속 강행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도쿄올림픽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까요?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만약 올림픽이 끝내 강행될 경우 '변형된 올림픽' 또는 '축소된 올림픽'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바흐 위원장은 최근 일본 교토통신과 인터뷰에서 "B플랜은 없다"고 말했지만 코로나19가 지금보다 훨씬 더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도쿄올림픽은 현실적으로 'B플랜'으로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 아래 주소로 접속하시면 음성으로 기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https://news.sbs.co.kr/d/?id=N1006183215 ]


IOC와 일본이 생각하는 'B플랜'은 이렇습니다.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의 안전입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가 백신을 접종하는 게 최상이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각 나라마다 백신 확보 상황이 다른 데다 무엇보다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 선수가 접종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요할 방법이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백신을 접종한 선수만 올림픽에 출전시키고 접종하지 않은 선수는 출전 자격을 박탈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이럴 경우 개인 권리를 침해한다는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게 뻔합니다. 그래서 IOC는 출전하는 선수와 지도자, 심판 전원에게 코로나19 음성 증명서를 요구하고 백신은 가급적 접종할 것을 '권고'하는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관중도 빼놓을 수 없는 딜레마입니다. 안전을 위해서는 '무관중'이 최선입니다. 하지만 '무관중 올림픽'은 전례가 없는 데다 '인류 평화의 제전'이란 올림픽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일본이 약 1조 원의 입장권 수입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합니다.

이래서 거론되는 것이 관중 규모 축소입니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10월 SBS와 화상 기자회견에서 "만원 관중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IOC와 일본은 전체 관중의 30% 또는 50%만 입장시킨 뒤 '거리두기'를 통해 감염을 방지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습니다.

올림픽에서 선수들은 메달을 놓고 뜨거운 대결을 펼치지만 전 세계 미디어도 그에 못지않은 취재 경쟁을 벌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확 달라질 전망입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구상하는 미디어 대책은 기자가 선수를 인터뷰할 때 '투명 가림막'을 설치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또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과 기자회견장(프레스룸)에 입장하는 취재진 수를 대폭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자회견장에 출입하지 못한 취재진을 위해서는 선수 인터뷰를 시청할 수 있는 별도의 온라인 채널을 개설할 예정입니다.

현재 도쿄올림픽 취소 여부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선수들일 것입니다. 출전권을 이미 딴 선수나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만난 우리 국가대표 A 선수는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가 있다고 해도 무조건 올림픽은 열려야 한다. 10년 넘게 오직 올림픽만 바라보고 선수 생활을 해왔는데 허무하게 취소되면 다시 나간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고 힘줘 말했습니다.

대조적으로 국가대표 B 선수는 "나도 올림픽이 열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최를 강행할 경우 대규모 전염이 걱정된다. 백신도 부작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먼저 맞기는 싫다"는 의견을 드러냈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이 사상 처음으로 전염병을 이유로 끝내 취소될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19를 뛰어넘어 마침내 성화대에 불을 붙일 수 있는 것인지? IOC 총회가 오는 3월 10일에 개막하고 일본 내 성화 봉송이 3월 25일에 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3월 중순까지는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코로나19 상황이 도쿄올림픽의 운명을 가를 관건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권종오 기자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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