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 김기창이 그린 '화가 난 우향'을 청주서 만난다

장재선 기자 2021. 1. 25. 09: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운명적 커플로 불리는 우향(雨鄕) 박래현(1920~1976)과 운보(雲甫) 김기창(1914~2001). 충북 청주는 두 사람에게 특별한 인연이 있는 지역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지역작가 및 청주시민들과의 호흡을 보다 강화했다"며 "박래현과 김기창의 삶과 예술이 잠든 청주에서 빛나는 업적을 남긴 박래현 예술을 재조명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기창이 그린 ‘화가 난 우향’. 낮엔 가정을 돌보느라 한밤에 그림 작업을 하는 아내 박래현의 초상을 부엉이에 비유했다. 1960년대 작, 종이에 채색, 68x86㎝.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박래현, 삼중통역자’ 순회전 전경.
박래현,‘노점’, 1956년, 종이에 채색, 267x210㎝. 1956년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입체주의 화풍의 작품으로 우향이 막내딸을 막 출산해 네 아이의 엄마가 된 시점에 그렸다.
박래현과 김기창이 함께 그린 ‘봄C’. 1956년 작으로 박래현이 나무를, 김기창이 새를 그렸다.
박래현의 ‘영광’. 우향이 1960년대에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온 뒤 개척한 추상화 연작 중 하나.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박래현, 삼중통역자’ 순회전시 개최

독자 예술세계 창조한 여성 예술가의 삶과 예술 만날 수 있어

26일부터 5월 9일까지 ‘관람객 태피스트리 제작 워크숍’도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운명적 커플로 불리는 우향(雨鄕) 박래현(1920~1976)과 운보(雲甫) 김기창(1914~2001). 충북 청주는 두 사람에게 특별한 인연이 있는 지역이다. 김기창이 박래현과 사별한 후에 모친의 고향인 청주로 내려가 ‘운보의 집’을 짓고 우향과의 추억을 기리며 여생을 보낸 곳이기 때문이다. 우향의 영혼이 잠든 곳이라고나 할까.

국립현대미술관(MMCA·관장 윤범모)이 ‘박래현, 삼중통역자’ 전을 청주에서 연다. 오는 26일부터 5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개최하는 이 전시는 20세기 한국화단을 대표하는 미술가 박래현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것이다.

‘박래현, 삼중통역자’ 전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지난해 9월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열려 큰 주목을 받았다. 예술과 삶에서 운보의 동반자라는 느낌이 강했던 우향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며 독자적 세계를 끊임없이 창조했던 예술가라는 점이 새삼 부각된 전시였다.

이번 청주 전에서는 덕수궁 전에서 만날 수 없었던 작품도 나온다. 김기창이 박래현을 그린 ‘화가 난 우향’(1960년대)으로, 아내의 초상을 부엉이에 비유한 그림이다. 청각장애를 지닌 유명 화가의 아내이자, 네 자녀의 어머니, 그리고 예술가로서 어느 것도 털어내기 어려웠던 박래현의 삼중의 삶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김기창은 집안일을 마친 밤 시간에야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던 박래현을 ‘부엉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늘 깨어 있었고, 고단했고, 무척 예민할 수밖에 없었던 아내에 대한 애정과 미안함 등이 복잡하게 서려 있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덕수궁 전과 동일하게 1부 한국화의 ‘현대’, 2부 여성과 ‘생활’, 3부 세계 여행과 ‘추상’, 4부 판화와 ‘기술’로 이뤄져 있다. 청주관의 공간에 맞춰 압축적으로 전시한다.

박래현의 일생과 예술을 담은 영상을 먼저 접하고, 이후 전시실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그의 작품 활동 및 생애를 살피도록 꾸몄다. 또 전시장 곳곳에 비치된 기고문(수필) 한글 복제본과 문구를 병치시킴으로써 마치 태피스트리의 들실과 날실처럼 엮이고 짜내려 가며 우향의 삶과 예술의 여정을 따라가도록 했다.

전시 기간 중에 2층 쉼터 ‘틈’에서는 관람객을 위한 연계 프로그램인 ‘태피스트리 제작 워크숍’을 진행한다. 일상의 오브제(재료/사물)와 실을 활용했던 박래현 태피스트리 작품과 연계한 것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선희 작가를 초대해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도 기획했다. 헌 옷을 잘라서 편물 재료로 사용하고 실, 가죽끈, 비닐, 철사 등 다양한 일상의 사물을 활용해 관람객이 직접 태피스트리와 대형 직조 벽면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에서 첫 번째로 열리는 근대미술 전시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지역작가 및 청주시민들과의 호흡을 보다 강화했다”며 “박래현과 김기창의 삶과 예술이 잠든 청주에서 빛나는 업적을 남긴 박래현 예술을 재조명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재선 선임기자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