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좇다가 민심 잃어버린 정권 [전영기의 과유불급]

전영기 편집인 입력 2021. 1. 2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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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망조는 무신정권에서 비롯됐다.

이 시대를 살았던 이제현은 "주먹바람(拳風·권풍), 즉 무신들의 공포정치에 전문가들이 산속으로 숨어버리자 나라가 황폐해졌다"고 한탄했다.

지난 4년 가까이 문재인 정부가 전문가를 배제하고 얼치기 이념 통치를 하면서 나라를 망가트린 것은 무신정권의 적폐와 닮았다.

이제현은 자기를 경계하기 위해 반궁자성(反躬自省)이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아마 무신정권의 근원적 문제를 지적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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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전영기 편집인)

고려의 망조는 무신정권에서 비롯됐다. 이 시대를 살았던 이제현은 "주먹바람(拳風·권풍), 즉 무신들의 공포정치에 전문가들이 산속으로 숨어버리자 나라가 황폐해졌다"고 한탄했다. 무신정권이 쇠한 뒤에도 학생들이 글을 배우고자 하나 이를 가르칠 스승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지난 4년 가까이 문재인 정부가 전문가를 배제하고 얼치기 이념 통치를 하면서 나라를 망가트린 것은 무신정권의 적폐와 닮았다. 예를 들어 저 선동적이며 무지하고 대책 없기 짝이 없는 탈원전 조치들은 이제 정권이 바뀌어 바로잡힌다 해도 정상화되기 어려울 만큼 망가졌다. 사람이 죽고 나서 명의가 나타나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제현은 자기를 경계하기 위해 반궁자성(反躬自省)이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아마 무신정권의 근원적 문제를 지적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반'은 되돌아본다, '궁'은 몸을 뜻하니 '스스로 지난 행적을 되돌아보고 성찰한다'는 뜻이리라. 이제현은 반궁자성을 얘기하면서 다음과 같은 해설을 달았다. 오늘날 문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이 특별히 경청할 만하다. "사슴을 좇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하고, 돈을 움켜쥔 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가을철의 작은 털끝은 살피면서 수레에 가득 실은 땔나무는 보지 못한다. 이는 마음이 오로지 한 곳에 쏠려 있고 눈이 다른 데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산길을 반쯤 내려온 문 대통령은 사슴 사냥에 몰두하다 산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현실에 직면했다. 그는 2019년 11월19일 "현재 방식으로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더 강력한 수단을 강구하겠다.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잡을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치더니 2021년 1월18일엔 "그동안 부동산 투기에 역점을 뒀으나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부동산 투기를 잘 차단하면 충분한 공급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시장이라는 큰 산은 보지 못하고 그 안에 뛰어다니는 투기 세력만 잡으면 만사형통할 것처럼 사람들을 호도하더니 결국 사슴도 놓치고 산도 못 본 채 굴러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뒷모습은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2019년 11월8일엔 임기 개시 넉 달밖에 안 된 윤석열 검찰총장을 면전에 두고 "이제부터 과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검찰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하더니 2021년 1월18일엔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으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임기 말까지 자리를 든든히 지켜줄 것처럼 얘기했다. 문 대통령이 아무렇지도 않게 한 입으로 여러 소리를 내온 것은 그의 독특한 처세술로 언어세계를 혼란시켜온 요인이다. 

민생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리는 검찰 개혁을 무슨 외적의 침입이라도 되는 듯 목숨 걸고 몰아치다 검사가 검사를 수사하고 검찰과 법무부가 내전을 치르는 무정부 상태를 만들어 놨으니 문 대통령은 수습할 길이 막연하다. 그뿐인가. 있지도 않은 세월호 유족 사찰을 밝혀내라고 한 것이 애꿎은 이재수 기무사령관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김학의 사건에 검경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는 발언이 불법투성이 긴급출금 조치 스캔들을 낳았다.  

이 모든 일이 국민 통합이라는 나라 경영의 큰 산은 외면하고 무신정치 같은 일개 정파의 권력 유지에 매진하다 벌어졌다. 권력의 하산길이 가팔라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정치가 권력을 좇다 민심을 잃어버렸다는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현의 반궁자성처럼 지금까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진영의 수호자가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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