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을 보는 기대반우려반

한겨레 2021. 1. 2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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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최석원의 현명한 투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했다. 선거 결과는 작년 11월 중순에 이미 나왔지만, 취임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 선거를 이유로 여러 주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급기야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하고 사상자까지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대세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새로운 미국 대통령의 취임은 각국 정부, 기업, 개인에게 모두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예전보다는 힘이 조금 빠졌다고는 해도 미국은 여전히 세계 제1의 강대국이고, 달러는 굳건한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민주당이 대통령뿐 아니라 상하원 모두를 차지하면서 광폭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는데, 이렇게 되면 당연히 자산시장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각국 투자자들은 앞으로 나타날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출발 시점에 글로벌 증시는 상승으로 반응하고 있다. 극렬 트럼프 지지자들의 행동이 잠잠해 지면서 정치적 리스크가 줄어든 데다, 바이든 후보가 통합을 외치는 한편, 취임 이후 곧바로 파리기후협약 탈퇴, 세계보건기구 탈퇴 등 트럼프 대통령이 취했던 독자적 노선을 되돌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의 감소는 분명 증시에 긍정적 요인이다.

그렇다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어떤 것들을 살펴봐야 할까? 무엇보다 재무장관이 추진하는 정책 방향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대통령 취임 하루 전 열린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다양한 힌트를 준 바 있다.

일단 옐런 지명자는 코로나19의 충격으로부터 회복이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숙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단 금리가 낮은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큰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이 1조9천달러의 5차 경기부양 패키지를 내 놓은 상태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발언이다.

게다가 금리와 재정적자에 대한 입장은 그가 중앙은행의 시장금리 통제 능력에 대해 믿고 있고, 통화정책에 걸림돌이 될 만한 예기치 못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시장금리가 올라도 경제나 증시가 견딜만한 수준일 것이며, 통화당국이 인플레이션 문제 때문에 갑작스럽게 정책금리를 올릴 이유도 없을 것이란 얘기인데, 증시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반면, 몇 가지 측면은 부담이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증세를 꾀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1%까지 내려 놓은 법인세를 28%로 올릴 계획인데, 주식 가치는 세후 이익을 반영하므로 이 같은 변화는 주식 투자자에게 불리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집권하는 동안 금융위기 이후 강화됐던 금융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의 정책 기조를 유지했는데, 이를 되돌릴 가능성도 있다. 대형 테크 기업에 대해 반독점 이슈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대중국 정책과 관련해서도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진 모습이다. 지금까지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새로운 정부를 이끌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중국과의 관세, 기술 전쟁을 끝낼 마음이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동맹 관계를 재건하며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 2기 내내 우리 증시를 압박했던 사드 문제를 되돌아 보게 되는 지점이다. 지난 2016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제재는 일부 업종과 기업에 큰 타격을 준 바 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코로나19에 따른 충격뿐 아니라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생긴 내상을 치료하는 게 급선무다. 이 때문에 옐런 지명자 역시 증세 논의를 경기 회복 이후로 늦출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 규제, 반독점 이슈도 아직은 먼 얘기라 판단된다. 또한 미-중 갈등 관련해서는 사드 배치가 국내 시장에 미친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그림 참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으로 지난 4년간 미국이 취했던 많은 정책들이 되돌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글로벌 증시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백악관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우려보다 기대가 증시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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