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화려한 부활..정의선 디자인 경영서 애플카까지

최기성 2021. 1. 25. 08: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격동 77년' 기아, 부도 딛고 역전 드라마
자전거→삼륜차→사륜차, '바퀴 제왕'으로
차만 팔다 차도 파는 모빌리티 기업 변신
기아는 2륜, 3륜, 4륜을 모두 통달한 바퀴의 제왕이다. [사진 제공=기아]
[유래카] 2륜에서 시작해 3륜을 넘어 4륜까지 '바퀴'를 통달한 기아가 77년 만에 체질 대개혁에 들어갔다. 바퀴 기술의 최고봉인 전기차·자율주행차는 물론 바퀴 없는 세상까지 진출한다.

1944년생 기아는 올해로 만 77세 희수(喜壽)가 된다. 인생에서 단맛, 쓴맛 모두 겪고 삶의 즐거움과 기쁨(喜)을 만끽하는 나이다.

오직 바퀴에 전념한 기아는 인생역전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왔다. '차생역전(車生逆轉)'이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 태어나 한국전쟁과 IMF 구제금융 시절도 겪었다. 부도를 겪으며 존폐 위기에 몰렸다. 현대차그룹으로 '제2의 차생'을 살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디자인 경영'을 통해 힘차게 바퀴를 굴렸다.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구분이 없어지는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다시 바퀴를 힘차게 굴리고 있다.

애플과 함께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는 소식이 지난 19일 퍼지면서 기아는 형님인 현대차보다 더 주목받았다.

애플카가 성사되면 기아에 호재가 될 수 있다. 기아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기아는 바퀴 없는 세상을 향해 가고 있어서다.

바퀴가 내연기관과 함께 100년 넘게 지속시킨 기존 모빌리티(mobility) 세상을 넘어 바퀴 없는 '미래 모빌리티 세상'에서 주도권을 잡는 게 진짜 목적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애플카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나 수단이다.

'삼륜차' 기아 마스터 T600 [사진 제공=SK엔카]
◆2륜→3륜→4륜 통달 '바퀴 제왕'

기아는 자전거 때문에 태어났다. 기아 모태는 광복 직전 1944년에 설립된 경성정공이다.

자전거로 유명한 삼천리자전거의 전신이기도 하다.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에서 자전거 부품을 생산했다.

한국전쟁 기간에 부산으로 옮긴 경성정공은 1952년 4월 사명으로 기아산업으로 변경했다. 이곳에서 국산 최초 자전거 '3000리호'를 생산했다. 전쟁이 끝난 뒤 다시 서울로 돌아온 기아산업은 자전거, 리어카 등을 생산했다.

기아산업이 자동차 대장정에 나선 시기는 1959년이다. 일본 혼다와 오토바이 생산 기술제휴를 맺었다. 같은 해 마쓰다와 삼륜차 생산 기술협력 계약도 체결했다.

1962년 1월에는 국내 최초로 앞바퀴가 1개이고 뒷바퀴가 2개인 삼륜차 '기아 마스터 K-360'과 이륜 오토바이 '기아혼다 C-100'을 조립 생산해 선보였다.

1967년에는 중형 삼륜차인 T-2000과 경소형 삼륜차인 T-600모델을 내놨다. T-2000은 대박났다. 1973년까지 1만5925대가 판매됐다.

삼륜차 성공으로 자금력을 확보한 기아산업은 경기도 시흥시 소하리에 공장을 만들었다. 소하리 시대가 열렸다.

1974년에는 소하리 공장에서 후륜구동 승용차 '브리사'를 내놨다. 브리사는 1981년에 전두환 신군부의 산업합리화 조치로 강제 단종되기까지 현대차 포니와 함께 택시로도 인기를 끌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는 주인공 김만섭(배우 송강호)의 택시로 등장했다.

1980년에는 승합차 대명사가 된 '봉고'를 출시했다. 1987년에는 프라이드로 승용차 사업을 본격화됐다.

1990년 4월에는 세계 10대 자동차 브랜드가 되겠다는 목표로 사명을 기아자동차로 변경했다. 1992년에는 국내 최초로 독자 기술로 만든 세피아를 내놨다.

디자인 호평을 받은 기아 스팅어 [사진 제공=기아]
◆'디자인 경영'으로 위기 극복

기아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듬해에 부도로 쓰러졌다. 현대차에 인수된 기아는 연구개발 통합과 플랫폼 공유 등으로 기술력을 키우고 원가절감 활동을 펼쳤다. 1998년 2조원에 달하던 영업적자는 이듬해인 99년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국내 RV시장 위축과 환율하락 등 악재가 겹쳤다. 소비자들에게 현대차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하면서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체질 개선'을 통해 위기를 돌파했다.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로 취임한 정 회장은 '디자인 경영'을 추진했다. 현대차와 차급도 성능도 비슷하다면 '디자인'에서 차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디자인 경영은 정 회장의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작품이다. 기아 기획실장에 취임한 이후 국내외 전문가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고 해외 모터쇼, 글로벌 포럼 등을 통해 글로벌 트렌드를 직접 접하며 '디자인'이 해답이라고 결론냈다.

디자인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섰다. 첫 시작은 당시 크리스 뱅글, 발터 드 실바와 함께 유럽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여겨지던 피터 슈라이어다.

정 회장은 독일로 직접 날아가 설득하는 '삼고초려' 끝에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데려왔다.

당시 정 회장은 "아무리 좋은 차를 만들어도 디자인이 나쁘면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슈라이어 사장을 영입했다.

슈라이어는 기아차 디자인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며 기아차에 날개를 달아줬다. 기아는 연구개발비의 15~20%도 디자인에 사용했다.

왼쪽이 피터 슈라이어 [사진 제공=기아]
이때부터 기아는 차량에 '패밀리룩'이라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또 신차개발 과정에서 디자인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그동안 기아 신차 개발 때 가장 우선사항은 성능이었다. 디자인은 자연스레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최초 결정된 디자인이 번복되는 일이 많았다.

신차의 디자인이 아무리 훌륭하더라고 설계로 구현하기가 힘들거나 생산과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면 디자인을 바꿔야 했다.

디자인 경영이 본격화되며 기존 전략은 전면 재수정됐다. 설계를 위해 디자인을 희생하지 않았다. 동등한 위치에서 디자인 원안을 최대한 유지하며 성능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2년 후인 2008년 6월 '직선의 단순화'를 기반으로 타이거노즈(호랑이코) 패밀리룩이 탄생했다. 로체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 처음 선보인 패밀리룩을 시작으로 포르테, 쏘울 등 기아차만의 디자인 정수를 담은 차들을 연이어 출시하며 흑자로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디자인으로 탄력받은 기아는 인재 육성과 함께 영입에도 계속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BMW, 벤츠, 인피니티에서 수석 디자인 총괄을 역임한 카림 하비브를 영입했다. 지난해에는 BMW, 폭스바겐,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에서 내장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한 요한 페이즌를 데려왔다.

기아 미국 조지아 공장을 방문한 정의선 회장 [사진 제공=기아]
◆전기차·자율주행차로 '성장 바퀴' 교체

기아는 중장기 미래 전략 '플랜(Plan) S'를 올해부터 본격 가동한다. 플랜 S는 모빌리티, 전동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산업에서 예견되는 새로운 기회 영역에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마련됐다. S는 'Shift(전환)'를 뜻한다.

플랜 S 핵심은 기존 내연기관 위주에서 선제적인 전기차(EV) 사업 체제로 전환하는 동시에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 브랜드 혁신 및 수익성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다.

기아는 전기차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오는 2027년까지 승용, SUV, MPV 등 7개의 새로운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모든 차급에는 장거리 주행과 고속 충전 기술이 핵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적용된다.

기아는 전기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2025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6.6%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2026년까지는 연간 5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발표한 새로운 기아 로고를 부착한 첫 번째 전용 전기차 'CV'는 올해 1분기에 공개될 예정이다.

전용 전기차는 E-GMP 기술을 기반으로 500km 이상의 주행 거리와 20분 미만의 고속 충전 시스템을 갖췄다.

기아 로고 변천 과정 [사진 제공=기아]
기아는 기업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목적기반차량(PBV)도 개발중이다. 공유 서비스 차량과 저상 물류 차량, 신선식품 배달 차량 등 기업과 개인 고객의 요구에 맞는 목적기반차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목적기반차량은 유연성이 높은 '스케이트보드(skateboard) 플랫폼'을 활용, 다양한 기업 고객들의 요구에 맞도록 모듈식 본체로 구성된다.

기아는 카누와 어라이벌 등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통합 모듈형 플랫폼 위에 다양한 본체를 적용해 사용자의 필요 목적에 맞게 기능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향후 자율주행 기술이 보편화되는 시점에는 초소형 무인 배송차, 로보택시 등 맞춤형 PBV로 사업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달 8일에는 애플이 현대차그룹에 애플카 협력 제안을 받았고, 기아차가 협업을 담당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덩달아 기아 주가는 치솟았다.

기아는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 관련 다수의 해외 기업과 협업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애플카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글로벌 기업의 협업 대상이 된 '기아의 바퀴 경쟁력'이 주목받은 셈이다.

기아가 앞으로 내놓을 모델 [사진 제공=기아]
◆차만 판다→차도 판다, 모빌리티

기아는 올해부터 '굴뚝 산업'인 제조업 중심 비즈니스에서 탈피해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는 대변혁을 본격 추진한다.

기아는 지난 15일 유튜브와 글로벌 브랜드 웹사이트를 통해 '뉴 기아 브랜드 쇼케이스'를 열었다. 기아는 이 자리에서 사명을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뺀 '기아'로 변경했다.

혁신적인 모빌리티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서다. '자동차만' 팔지 않고 '자동차도' 팔면서 미래 모빌리티 리더로 자리잡겠다는 뜻이다.

1944년부터 국내 최초 자전거, 국내 최초 삼륜차를 거쳐 사륜차까지 '바퀴'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기아가 '바퀴가 만들었지만 바퀴가 없는 세상'을 향해서도 달려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기아 양재 본사 야경 [사진 제공=기아]
기아는 이에 앞서 지난 6일 신규 로고도 공개했다. 신규 로고도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디자인 콘셉트는 균형(Symmetry), 리듬(Rhythm), 상승(Rising) 세 가지다.

'균형'은 기존 사업 영역에서 고객 만족은 물론 미래 지향적인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통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리듬'은 로고 선들이 모두 하나로 연결됐듯 고객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겠다는 자세와 고객에게 영감이 되는 순간을 계속해서 전달하겠다는 약속을 담았다.

'상승'은 진정한 고객 관점의 새로운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기아의 열정을 의미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기아 브랜드의 변화는 단순하게 회사의 이름과 로고 디자인을 바꾼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며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의 확장을 통해 전 세계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이에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을 중심으로 친환경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해 사업을 다각화한다.

기아 양재 본사 [사진 제공=기아]
준비는 이전부터 차근차근 진행됐다. 글로벌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들과의 협업 및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개발중이다.

지난 2019년에는 인도에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올라(Ola), 2018년에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이자 음식 배달 및 결제 솔루션 회사인 그랩(Grab)에 투자를 진행했다.

마드리드에서 스페인 에너지 기업인 렙솔(Repsol)과의 협업을 통해 위블(WiBLE)이라는 차량 공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이탈리아와 러시아 전역에 걸쳐 새로운 서비스 기아모빌리티(KiaMobility)를 론칭하면서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 업체로의 전환을 가속화했다.

기아모빌리티(KiaMobility)는 딜러가 보유한 차량을 1일에서 1년 사이 기간 동안 고객들에게 대여해주는 렌탈 서비스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