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판결'로 또 살얼음판.."文 외교 해법 제시해야"
文 취임 후 '위안부 협상' 부정, 한일관계 악화일로
한일관계 악화하면 한미공조에도 부담.."개선해야"
"강제징용 배상 해법, 합의 거쳐 선택지 제시해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 23일 담화를 내고 “(위안부 판결은) 국제법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정부를 향해 “즉각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재차 강하게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일본에 대해 정부 차원의 어떤 추가적인 청구도 하지 않을 방침”이라면서도 “피해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진정한 문제 해결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5년 한일 외교 장관 간의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지만 피해자 개개인이 제기하는 청구에 대해서는 정부가 막을 수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우리 법원은 앞서 위안부 사안이 국가 차원의 반인도적 범죄행위라는 점을 들어 배상 판결을 강행했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가 면제’ 원칙을 내세워 재판 자체를 거부해왔다.
이에 따라 위안부, 강제 징용 판결에 따른 일본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매각 문제가 올해 한일 관계의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일본의 자산이 강제 매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일본 재산을 압류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법적 안정성이 없다”면서 “정치적·외교적으로 큰 틀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24일 한일 외교 당국이 ‘위안부 판결’ 문제를 두고 충돌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와의 적극 협상이 필요한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외교적 조치는 소홀히 하고 사법부의 판결만 지켜본 결과”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한일 위안부 협상은 절차와 내용상 중대한 흠결이 있다”며 사실상 파기 선언을 한 후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이듬해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한 화해·치유재단도 해산했다. 여기에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과 지난 23일 위안부 배상 판결에 이르는 ‘사법부발 위기’가 이어졌으나 외교 해법 도출에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최근 일본에 보낸 ‘유화 제스처’를 두고도 “뒤늦었다”는 탄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양국 공식 합의로 인정했고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4년 전 이런 입장이었다면 10의 노력으로도 해결할 일을 지금은 100의 노력으로도 풀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올해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은 한일 관계를 개선할 기회로 꼽히지만 개최 여부가 불확실한 것이 변수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일본 현안을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북한과 일본과의 만남을 주선할 수 있다”면서도 “올림픽이 넘어가면 한일 관계를 풀어갈 완충제가 별로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우리의 보궐선거와 10월 안으로 치러지는 일본 중의원 선거는 한일 관계의 ‘악재’로 평가된다. 윤 전 원장은 “일본 내 혐한 여론이 강해져 선거 전략으로 한일 문제를 꺼내 들 유혹이 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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