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이끄는 배유나 "언젠간 치고 올라갈 것이라 믿었어요"
한국도로공사의 든든한 기둥 배유나(32)가 시즌 중후반 팀의 ‘급발진’을 이끌고 있다.
2020~21 V리그 여자부 4라운드를 마친 24일 현재 도로공사는 승점 27(8승 12패)로 시즌 처음으로 리그 3위를 탈환했다. 시즌 초반 1승 7패로 리그 최하위에 처졌지만 이후 7승 5패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배유나는 24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시즌 후반부터 팀 경기력이 흔들렸는데 코보컵을 거쳐 정규리그 초반까지 연패가 이어졌다”면서 “하지만 중후반부터 치고 올라갈 것이라 믿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 우승 시즌(2017~18)은 물론, 이후에도 매 시즌 초반에 연패로 흔들렸지만 결국 어려움을 극복하고 좋은 성과를 냈다”면서 “올 시즌은 초반 어려움이 조금 길어져 걱정됐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틴 것이 조금씩 분위기를 바꾼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팀 상승세의 원인으로 자신의 활약보단 세터 이고은의 자신감을 꼽았다. 그는 “최근 (이)고은이가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 나와 (정)대영 언니 등 센터 공격도 과감하게 활용한다. 조금씩 깨우쳐 가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도로공사는 이효희 코치가 오랜 기간 세터로 있으면서 팀워크를 다져온 팀이다. 팀을 옮겨 첫 풀타임 주전을 뛰는 고은이가 ‘이효희 유산’을 감당하긴 쉽진 않았을 것”이라며 후배를 챙겼다.
팀의 주포인 켈시와 박정아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도 보였다. 배유나는 “켈시는 시즌을 소화하면서 개인 기량이 확실히 좋아졌다”면서 “예전 같으면 못 때릴 것 같은 공도 어느 순간부터 처리해 준다. 그런 모습에 팀원들도 믿음이 생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예년보다 공격성공률이 떨어진 박정아(10위ㆍ34.5%)에 대해서도 “팀이 봄 배구에 진출하면 완전히 살아날 것이다. 별명도 ‘클러치 박’(해결사)이지 않나.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달라”며 웃었다.
지난 시즌은 배유나 배구 인생에 최악의 해였다. 어깨와 무릎 부상이 겹치면서 2019년 5월 어깨 수술을 했고 2019~20 시즌 초반까지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재활 일정을 앞당겨 4라운드 경기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수비 중 왼쪽 팔이 동료 선수에게 깔리며 다시 부상을 입었고 사실상 시즌을 통으로 날렸다. 그는 “거의 20년 동안 쉬지 않고 배구만 했다. 그간 몸이 고장 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여기저기 다 안 좋았다”면서 “그때(시즌 아웃)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1년 쉬면서 신체적으로는 재충전을, 정신적으론 힐링했던 것이 이번 시즌 더 도움이 됐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의 배유나에 대해 “컨디션이 100%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인 성적을 봐도 블로킹 리그 4위(세트당 0.588개) 외에 시간차 3위(성공률 54.2%) 이동 6위(37.9%) 등으로 정대영과 함께 도로공사의 ‘막강 센터진’을 이끌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년을 통틀어 몸 상태가 가장 좋다. 부상 부위도 거의 회복했다”면서 “오랜 기간 쉬는 바람에 처음에는 경기 감각을 찾기 쉽지 않았는데 시즌을 치를수록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영 선수인 남편의 응원에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배유나는 “제주 전지훈련 및 코로나19 상황이라 경기장엔 못 오지만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보며 피드백을 해 준다”면서 “이겼을 때나 졌을 때나 한결같은 응원에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팀이 시즌 최고 경기력을 보이지만 아직 불안한 순위다. 4위 기업은행과는 승점 1차로 아슬아슬하고 5위 인삼공사와도 승점 4차다. 배유나 역시 “이 분위기를 5, 6라운드까지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는 “선수 개개인의 기량은 많이 올라왔다”면서 “한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기만 없다면 이 기세를 봄 배구까지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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