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이 만든 연봉 조정 '뉴 노멀'..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을까

조형래 2021. 1. 25. 06: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SEN=수원, 이대선 기자]7회초 무사에서 KT 주권이 역투하고 있다. /sunday@osen.co.kr

[OSEN=조형래 기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무대는 이제 올바르게 세워질까. 주권(KT)의 연봉 조정 신청이 만들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O는 25일 오후 2시, KBO회관 컨퍼런스룸에서 주권과 KT의 연봉 조정 위원회를 개최한다. 지난 2011년 이대호(롯데) 이후 10년 만에 열리는 연봉조정위원회다. 

지난해 주권은 77경기 등판해 6승2패 평균자책점 2.70, 31홀드의 기록을 남겼다. 투수 최다 출장 선수였고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이바지했다. 

올해 연봉으로 공헌도와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기를 원했던 주권이었다. 하지만 구단과 이견이 생겼다. 지난해 1억50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던 주권은 1억 원이 인상된 2억5000만 원을 요구했다. KT 구단은 정해진 고과 산정 시스템에 근거해 7000만 원 인상된 2억2000만 원의 연봉을 제시했다. 양 측은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주권은 연봉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주권과 KT는 연봉 조정 신청 이후 열흘 간 합의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이견은 좁혀지지 않 연봉 조정 위원회가 열리게 됐다. 

10년 만에 역사가 쓰여지는 날이다. 앞선 20번의 연봉 조정 결과는 구단의 완승이었다. 19번을 승리했다. 선수 측의 손이 들린 경우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지난 2002년 류지현(현 LG 감독)만이 승리했다. 주권은 5%의 확률에 도전한다. 주권은 어려운 싸움을 펼쳐야 한다. 연봉 조정 제도는 KBO와 구단의 전유물이었다. 공정한 논의와 경쟁이 되지 않았다.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었기에 무대만 마련 됐을 뿐, 선수가 아등바등해도 이길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그러나 강산이 변하는 시간 동안 KBO리그 생태계도 변했다. 선수 측도 대리인 제도를 통해서 구단에 대응할 수 있는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과거와 같이 추상적인 근거에 기대지 않는다. 주권 측이 제시한 연봉의 근거로 삼을 자료들이 제출되고 설명의 시간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구단들 역시 이 기간 동안 연봉 고과 시스템을 더욱 세밀하고 촘촘하게 다듬었다. 대리인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그에 반박하기 힘든 자료들을 근거로 제시해 냉정하게 고과를 산정하고 연봉을 책정했다. 선수 측과 협상으로 초기 책정된 연봉에서 변화가 생긴다면 고과 산정 시스템 자체가 휘청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생각이다. 구단도 물러서지 않는 이유다. 

어쨌든 주권의 연봉 조정 신청으로 제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지는 촉매제가 됐다. 대리인 제도 시행 이후 처음 실시되는 연봉 조정인만큼 KBO도 이에 걸맞게 연봉 조정 제도를 보완했다. 조정위원의 선정, 객관적인 판단 기준도 구체화시켰다. 

KBO는 “조정위원회의 공정성과 중립성 강화, 그리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 조정위원 선정 기준을 마련했다”면서 “조정위원회는 조정 또는 중재의 경험이 있는 판사, 검사, 변호사로 5년 이상 종사한 법조인, 스포츠 구단 운영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 또는 스포츠 관련 학계 인사 등의 자격 요건을 바탕으로 폭넓게 검토해 5명의 위원으로 구성했다. 조정위원에는 선수와 구단이 추천한 인사가 각각 1명씩 포함됐다”고 밝혔다.

또한 객관적인 판단 기준으로는 “직전 시즌 선수의 공헌도와 이에 대한 기간 및 지속성, 선수의 성적에 의거한 공식 수상 경력과 최근 소속 구단의 성적, 그리고 선수의 과거 연봉 및 동급 연차 선수들의 연봉 수준 등을 상대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도록 했다”고 명시했다. 

다만,  연봉 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야 할 근거도 제시했다. KBO는 “조정에 있어서 구단, 선수의 재정 상황이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언론의 의견 또는 평가 자료, 조정위원회 개최 전까지 구단과 선수가 논의한 조건, 양측 대리인 또는 변호사에 대한 비용, 타 스포츠 종목 선수 또는 직업의 연봉 등은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의 연봉 조정 제도를 모티브로 객관적인 판단 기준과 배제되어야 할 근거들을 마련했다. 메이저리그의 연봉 연봉 조정 제도는 노사 협약에 근거해 이뤄진다. 선수 측의 승률도 43.7%(577번 중 252번)로 높은 편이다. KBO리그처럼 선수가 구단에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았다.  

이제 KBO리그도 어느 정도 공평한 무대가 마련됐다. 무엇보다 주권으로 인해 연봉 조정 제도의 ‘뉴 노멀’이 시작된다. 이 자리에서 어떤 협상의 근거들이 연봉의 근거로 책정이 되고, 어떤 방향으로 결정이 내려지는지도 향후 연봉 조정 제도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jhrae@osen.co.kr

[OSEN=지형준 기자] KBO.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