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인선에 끌려 귀항한 주력 잠수함의 굴욕

2021. 1. 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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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잠수함이 바다에서 고장 나 예인선에 끌려 돌아오는 일이 지난 22일 포항 동쪽 수역에서 벌어졌다.

지난 주말 해군 발표에 따르면 1800톤급 잠수함 한 척이 바다에 나갔다가 추진 계통에서 원인 미상의 이상이 발견돼 예인 조치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시험항행 중이었다고 해도 한국 해군의 주력 잠수함이 해상에서 고장 나 자력복귀까지 포기해야 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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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잠수함이 바다에서 고장 나 예인선에 끌려 돌아오는 일이 지난 22일 포항 동쪽 수역에서 벌어졌다. 지난 주말 해군 발표에 따르면 1800톤급 잠수함 한 척이 바다에 나갔다가 추진 계통에서 원인 미상의 이상이 발견돼 예인 조치했다는 것이다. 해당 잠수함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제조순서 기준 급수로는 214급, 우리 나름의 급수로는 초대 해군 제독의 이름을 딴 손원일급으로 불리는 주력 잠수함이다. 그런 잠수함이 수중에서 추진력을 잃고 해상에 동동 뜬 상태로 예인줄에 묶여 돌아왔다니 참으로 해괴하고 망측한 일이다.

해군은 “해당 잠수함이 작전이나 훈련 중이 아니라 정기수리 기간 내 시운전 종료 후 귀항 중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잠수함 스스로 항해해 복귀할 수 있는 상태였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예인한 뒤 정비 절차에 따라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바다에서 시운전까지 마친 잠수함이 비교적 평이할 것으로 여겨지는 복귀항해 단계에서 고장 났다는 것이 우선 그렇다. 게다가 실전배치 상황도 아니고 시험항행 중이었다면 “스스로 항해해 복귀할 수 있는 상태”에서는 비상시 대응 매뉴얼에 따라 그렇게 해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도 든다.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는 최근 핵잠수함 개발을 선언한 북한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잠수함 전력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유사시 수중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군비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시험항행 중이었다고 해도 한국 해군의 주력 잠수함이 해상에서 고장 나 자력복귀까지 포기해야 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엄정하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우선은 이번 고장의 직접적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장착된 장비의 설계나 제조상 결함 탓인지, 그 운용과 조작상의 문제 탓인지를 가려야 한다. 그리고 직접적인 원인을 유발한 간접적인 원인까지 규명해야 한다. 해당 잠수함은 개발·건조 단계에서 부품의 성능기준 미달 논란을 빚고 군수비리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해군 차원을 넘어 국방부·감사원·국정원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심층 조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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