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생 인권교육'을 방해하지 말라
(서울=뉴스1)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혐오는 사회를 좀먹는다. 개개인이 가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부정할뿐 아니라 모두가 힘을 모아 어렵사리 일군 민주사회의 토대까지 잠식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권조례나 인권기본계획을 만들기 위해 열었던 공청회가 혐오 세력의 방해로 번번이 좌절됐던 사실이 작은 예다. 혐오는 혐오받는 이들의 발언권을 침탈할뿐 아니라 민주사회의 보편 규범인 배려와 존중의 가치를 토론하는 공론장조차 봉쇄해 버린다. 혐오는 폭력과 테러 이상의 해악이다.
시행 9년 차에 들어서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세간의 소동에서 혐오의 단면이 보인다. 성 인권교육과 민주시민교육, 노동인권교육의 긴요함을 말하는 서울시교육청의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안)'을 두고 일부 종교 세력이나 이해집단의 방해 행동은 민주사회가 요구하는 학교 교육 자체를 왜곡하고 있다.
다양하고 자율적인 몸에 대한, 또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권리는 지난 세기를 관통하면서 인류가 어렵사리 구성해 낸 소중한 가치다. 그렇기에 성 인권교육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주역인 학생들이 나름의 삶을 살아가면서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다른 만큼 배려하는 사회를 일궈 내기 위해 학습해야할 필수 사항이다.
그런데도 평향된 종교적 교리와 고루한 정치적 이념을 앞세운 이들은 '젠더 이데올로기'라는 이상한 조어법으로 지구촌 사회의 합의를 정면에서 부정한다. 성소수자의 삶과 존재 자체를 부정하면서 '다름'을 이유로 학교라는 공동체 바깥으로 내쫓아 버리고자 하는 것이다. 정작 그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그들만의 허위의식과 그들에 의한 '가짜뉴스'와 그들만을 위한 권력의지로 점철돼 있음을 감춘 채 말이다.
민주시민교육과 노동인권교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그들은 '좌익 공산주의 혁명을 위한 사상교육'이라는 듣기에도 민망한 이념 공세를 퍼붓는다. 자신들이 내세우는 자유민주주의 자체가 민주시민교육과 노동인권교육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발전된다는 사실은 무시해버린다. 다수결에 의한 민주적 의사결정의 틀과 법에 의한 소수자의 인권보장이라는 두 가지의 이념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조화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입헌적 민주주의의 기본가치조차도 이들의 안중에는 없는 것이다.
민주시민교육과 노동인권교육은 무엇보다 중차대한 헌법명령이다. 특히 노동권의 경우에는 제헌헌법에서부터 특별히 강조되고 보장되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다. 이를 알고 제대로 보장하고, 그래서 이 권리를 제대로 실현하는 것이 '모든 국민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보장하는 길'이며,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켜내는 헌법적 방어책임을 선언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인권종합계획은 이런 헌법적 결단을 충실히 반영하려는 시도다.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헌법 전문)라는 학교교육의 발전방향을 제대로 제시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여기에 '빨갱이' 담론을 덮어씌워 편향된 정파적 이념만 내세우는 행동은 그 자체로 반헌법적이다. 민주주의의 이념과 노동인권을 보장하고 있는 현행 헌법 혹은 그 속에 담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점에서 그들의 주장은 '좌익 공산주의 혁명'만큼이나 나쁘다.
당부하고 싶다.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고 생각하기 전에 주변부터 살펴보라. 어른들과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동시에 또 다른 한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무엇으로 생활하며 누구와 함께 살 것인지를 종교나 정파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생생한 맨눈으로 둘러보기 바란다. 어느 시점엔가 문득 우리들이 전 시대나 현 시대에 당해야 했던 고통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성 인권교육과 민주시민교육, 노동인권교육에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깨침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출발점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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