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등교 딜레마[횡설수설/이진영]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한림대 의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학교 봉쇄의 효과는 제한적인 데 비해 그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피해는 크다”고 했다. 지난해 5월 1일∼7월 12일 3∼18세 확진자 127명의 감염 경로를 조사한 결과 교내 감염은 3명(2.4%)에 불과했고 대부분 아이들이 가족이나 친척(59명)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팀은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에서도 교내 전파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조심스럽게 등교에 힘을 실었다.
▷유럽 국가 대부분은 식당은 닫아도 학교는 열어둔다. 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어린이집이나 학교 봉쇄는 감염 차단에 별 효과가 없다”고 했다. 방역 수칙만 준수하면 학생 간 감염도, 학생들의 지역사회 전파도 적다는 것이다. 유럽과 반대로 학교는 닫아도 식당 문은 열어두던 미국도 최근 ‘학교를 봉쇄한 지역과 열어둔 지역의 환자 수가 별 차이 없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후 등교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학교는 가장 나중에 닫고, 안전해지면 가장 먼저 열어야 하는 곳”이라고 권고했다.
▷학교 봉쇄로 돌봄 공백과 교육 격차의 문제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어린이집과 학교는 물론 전국 4000개 지역아동센터와 170개 복지관이 문을 닫으면서 집 안에 갇힌 아이들이 소리 없이 학대를 당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더 큰 문제는 장기적인 피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학교 봉쇄로 인한 교육 부실로 80년간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1.5%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생 개인으로서는 교육 손실이 졸업 후 경제적 기회의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은 하루 400명 안팎의 환자가 나오고 있는 데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로 4차 대유행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등교 확대는 섣부른 조치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언제까지 미래 세대의 희생을 담보로 방역을 이어갈 수 있을까. 어린이나 청소년은 감염돼도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사망자도 없다. 지금은 코로나 초기와 달리 방역 노하우가 많이 쌓인 상태다. 안심하고 학교 갈 수 있는 대책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 달부터 들어오는 백신을 초중고교 교사들이 앞 순번에 맞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