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281] 번개 맞고 안 죽은 사나이
천둥 번개를 북유럽에서는 신으로 모신다. ‘토르’ 신이다. 토르 신의 상징은 망치이다. 토르의 망치는 뭐든지 걸리면 다 때려 부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해적질로 먹고살았던 바이킹의 상징으로는 아주 적합한 무기이기도 하다. 불교에서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천도(薦度)할 때 쓰는 용구인 금강저(金剛杵)가 있다. 이 금강저는 원래 고대 인도에서 전쟁할 때 사용하던 무기였다. 전쟁 무기가 종교 사원에서 악령을 쫓는 제구(祭具)로 변화된 것이다.
망치 들고 다니면서 해적질하던 바이킹의 후예가 오늘날 스웨덴 아닌가. 그런데 스웨덴에서 그 많은 히트곡을 노래하였던 그룹 ‘아바’가 나왔고, 매년 노벨상을 받지 못해서 안달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깔려 있다. 이것도 토르 신의 영험인가?
그런가 하면 토르는 ‘어벤져스'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판타지 영화에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경남 창녕의 남지에 가면 알프스 마터호른에 등산 갔다가 번개를 맞았지만 죽지 않고 살아난 인물이 살고 있다. 산악인 송용철(64)이다. 나는 번개 맞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가을에 창녕에 있는 그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다.
“언제 맞았나?” “1987년 마터호른 4478m 정상 능선에서 번개를 맞았다. 암봉으로 된 정상 부근에서는 수시로 번개가 친다. 푸른 불빛이 길게 떨어지는 게 눈앞에서 보인다. 평지보다 번개가 길게 친다. 번쩍 하고 번개가 길게 이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주변으로 번개가 치면 피켈(등산 장도리)이 ‘웅-웅’ 하는 느낌이 든다. 전파가 흐르는 것 같다. 고산지대 벼락이 평지 벼락보다 더 무섭다.”
그는 번개를 맞고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 같이 간 동료들이 밧줄로 그를 끌어올려서 살아났다고 한다. 아마도 번개를 몸에 정통으로 맞은 게 아니고 등산화 앞쪽의 50~60㎝ 지점쯤에 번개가 떨어지면서 순간적인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알프스에서 꼽는 3대 바위 암벽 봉우리가 마터호른, 아이거 북벽, 그랑데 조라스이다. 마터호른은 동양 풍수에서 보면 거대한 문필봉이다. 이 마터호른 문필봉이 보이는 평지 동네에서는 문장가나 학자, 예술가가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 바위 속에 철분이나 금속 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니 번개가 많이 칠 수밖에 없다.
“번개 맞고 나서 몸에 변화는 없나?” “꿈을 꾸면 꿈이 정확해졌다.” 번개가 의식을 정화시킨 셈이다. 토르의 망치를 맞고도 죽지 않았던 그는 현재 먹고살기 위해 남지철교 국밥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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