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옆에도, 장독대에도.. '샌더스 밈' 한국 상륙
맥락 없는 한국서 왜 유행하나 "코로나 시대, 놀이 결핍 현상 반영"
싸이와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추는 샌더스, 장독대 옆에서 김치가 익기를 기다리는 샌더스,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한 샌더스···.
대한민국이 ‘샌더스 밈(meme·인터넷 따라하기) 놀이’에 빠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장에 소탈한 차림으로 나타나 화제가 된 버니 샌더스(79)가 주인공. 영미권 네티즌들은 그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모습을 패러디한 이미지를 만들어 각종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했는데, 지난 주말엔 한국인들도 이 흐름에 올라탔다. 밈을 퍼 나르는 데 그치지 않고 저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밈을 창작해 세계적인 놀이에 동참한 것이다.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경희대 교수는 “유력한 대선 후보이던 샌더스가 남들은 정장을 입는 자리에 등산용 점퍼에 털장갑을 끼고 앉아 있는 모습이 대중을 사로잡은 것”이라며 “대가가 따르고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행동이었지만 ‘저 사람은 진솔(특별)하다’는 점을 보여줘 밈 놀이로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가장 빨리 전파되는 것은 유명인의 나쁜 소식이지만, 이번 샌더스 밈은 드물게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자랑할 만한 일상이 없어지자 한동안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급감했다. 얼마 전 폭설이 내린 날에, 또 얼마 전 카페 출입이 허용된 날엔 SNS에 관련 사진이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연출가 조용신씨는 “미국에서 출발한 샌더스 밈 놀이에는 그가 보여준 고집스러운 원칙주의와 언행일치, 존경할 만한 어른(노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면서 “그런 맥락이 전혀 없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 현상은 코로나 시대에 극심해진 놀이 결핍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샌더스 지지자 공식 트위터 계정 ‘피플 포 버니(@People4Bernie)’에서는 밈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오랜만에 함께 웃고 놀 만한 일이 생겨 대회에 참가했다”고 했다. SNS에서 샌더스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격투기 링에도 올랐고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에도 등장했다. 파주 명필름아트센터 객석에 홀로 앉은 샌더스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고 썼다.
사람들이 모든 문화적 정보를 똑같은 효율로 전파하는 것은 아니다. 전중환 교수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는 많은 정보 가운데 대중은 바이든이 기후변화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뉴스보다 샌더스가 속칭 잠바때기를 걸치고 취임식장에 참석한 모습에 더 끌렸다”며 “그래서 그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저장하고 전파하며 재창작도 하는 것”이라고 했다.
⇒ 밈(meme)이란?
누군가를 모방하면 그 사람으로부터 내게 무언가가 전달된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로 옮아갈 수도 있다. 이렇게 계속 전달되면서 저만의 생명력을 지니게 되는 그 무언가를 ‘밈(meme)’이라 부른다.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펴낸 ‘이기적 유전자’에 처음 등장한 용어다. 그는 당시 “문화 전달 혹은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을 담은 새로운 복제자(문화 유전자)의 이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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