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형석 (29) 어린 시절 자주 쓰러져.. 모친 "스물까지라도 살았으면"

양민경 2021. 1. 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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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부터 죽음을 가까이 느끼며 지냈다.

자주 까무러쳤다 깨어나 부모의 근심을 샀다.

'저 무덤이 있는 곳에 나도 잠들게 될 것이다. 부모님은 슬퍼하시다가도 세월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겠지. 내 인생도 끝나고.' 병약했기에 감수성이 풍부해져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70년 가까이 일을 위해 모든 정성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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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지 못할 거란 생각에 서원 기도.. 주님의 일에 정성 쏟으니 건강 뒤따라와
김형석 교수가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갖고 건강 비결을 소개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나는 어린 시절부터 죽음을 가까이 느끼며 지냈다. 자주 까무러쳤다 깨어나 부모의 근심을 샀다. 어릴 땐 동네에서 뛰어놀다 갑자기 쓰러진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러면 친구들이 밭에서 일하는 어머니에게 달려가 “장손이가 쓰러졌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허겁지겁 밭에서 나와 나를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곤 했다. 의식을 찾고 눈을 뜨면 내 얼굴은 어머니의 눈물로 젖어있었다. 어머니가 “많이 아프지”라고 물으면 나는 “아프지 않아”라고 답했다. 어머니에게 미안해서 하는 말이긴 했지만, 정말 아프지 않았다.

이런 내게 어머니는 평소 “네가 스무 살까지 사는 걸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진료 받으런 간 의사에게선 “이 애는 아버지가 의사여야 살아갈 텐데”란 걱정스러운 조언도 들었다. 내가 살던 고향 마을 앞산에는 공동묘지가 있었다. ‘저 무덤이 있는 곳에 나도 잠들게 될 것이다. 부모님은 슬퍼하시다가도 세월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겠지. 내 인생도 끝나고….’ 병약했기에 감수성이 풍부해져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오래 살지도 못하고 중학교도 가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자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부탁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께서 제게 중학교에 가도록 해주시면 건강하게 사는 동안 하나님 일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게 건강을 허락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14세 때 드린 기도였다.

그런데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건강이 꽤 좋아졌다. 대학생이 되고서도 건강을 위해 조심스러운 생활을 했으나 나빠진 적은 없었다. 25세 때 해방을 맞았는데, 이때부터는 건강 생각을 따로 하지 않았다. 지금껏 그렇다. 누구보다 허약하게 나고 자랐지만, 지금까지 병원에 입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의사들은 이런 나를 보며 “교수님 같은 분이 많으면 의사들은 다 실업자 되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그동안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리만치 많은 일을 했는데, 아파서 일을 못 한 경우는 없었다. 심한 감기에 걸렸는데 사흘간 강연한 적도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건강이 아닌 일하는 걸 목적 삼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주변 친구를 보면 나이가 들어 건강을 첫째 목적으로 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안병욱 숭실대 교수도 80대 후반이 되니 “이 나이가 되니 건강이 최고”라고 말했다. 옳은 말이지만, 내겐 아니었다. 안 교수에게 “나는 일이 최고야”라고 답했다.

70년 가까이 일을 위해 모든 정성을 쏟았다. 일이 삶의 목적이 됐고, 건강은 뒤따라오는 그림자처럼 여겼다. 건강을 위한 인생이 아니고 ‘이렇게 살았더니 건강해졌다’는 체험이 있을 뿐이다. ‘어떻게 건강해지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다. 신체적 건강이 전부가 아니다. 가치 있게 사는 사람이 건강하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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