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겠다”… 살인자로부터 온 살떨리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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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잃은 유족에게 협박편지
“판사에게 탄원서 내고 기다려라, 어디로 이사가든 꼭 찾아서 인사”
지난해 9월 중순 경북 경주에 있는 살인 사건 피해자의 아들 집에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겉봉에는 경주구치소에서 수감 중인 A(62)씨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 이름이었다.
“재판장에게 (나를 용서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고 기다려라. 그럼 나중에 ‘감사 인사’ 하러 가겠다.”
추신에는 A씨가 살해한 피해자 B(67)씨 장남과 며느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두 사람) 주민번호를 알고 있다.” “국내·해외 어디로 이사 가든 반드시 찾아서...”라는 내용도 있었다.
3주 뒤 또 편지가 왔다. “심부름센터 같은 흥신소를 이용해 찾아가겠다”고 했다. 이런 편지가 세 번이나 배달돼 왔다.
지난 13일 대구지법 형사12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28일 경북 경주의 한 요양원 입구에서 요양원장 B씨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B원장은 2015년 요양원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자 요양원 입소자의 아들인 A씨에게 5억7300만원을 빌렸다. A씨가 아버지 사망 후 상속받은 유산이었다. A씨는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자신을 요양원 직원으로 고용하고 매달 이자와 월급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줬다. 원금은 2020년 1월까지 갚기로 했다. 하지만 B 원장은 원금을 갚지 못했고, 이자와 월급도 제때 주지 못했다. B원장 유족 측은 “경영 사정이 어려워 돈을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확산으로 요양원 매출이 급감했다. B원장이 돈 갚을 의사가 없다고 생각한 A씨는 지난해 6월 ‘살해 계획’을 세웠다.
A씨는 서울에서 흉기와 가스총 등 범행 도구를 샀다. 경주로 돌아와선 요양원 개원 시간, B원장 출근 시간과 동선(動線)을 파악했다. 사건 당일 오전 A씨는 요양원으로 들어가던 B원장에게 가스총을 발사한 뒤 얼굴과 목 부위를 흉기로 공격했다. 찌른 횟수가 무려 31차례에 달했다.
A씨 변호인 측은 “거액을 빌려줬지만 이자와 원금을 받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망상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선처를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유족에게 찾아가겠다는 협박 편지를 보내면서 탄원서를 요청하는 등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점을 감안해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씨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평생을 반성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재판부에 반성문도 두 차례 제출했다. 그러나 반성문을 제출하고 불과 6일 뒤 A씨는 “반드시 찾아가겠다”는 협박 편지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들은 “반성도 모두 형량을 줄이려는 것”이라며 “A씨 추가 범행이 두렵다”고 했다. A씨 선고 공판은 다음 달 5일 대구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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