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의 아포리아]우리는 행복한가?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1. 1. 25.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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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아포리아는 그리스어의 부정 접두사 아(α)와 길을 뜻하는 포리아(ποροσ)가 합쳐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또는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여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용어. '김남국의 아포리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지구적 맥락과 역사적 흐름을 고려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모색한다.

행복은 어떤 느낌을 말한다. 삶에서 의미를 찾았거나 즐거울 때 또는 무슨 일에 몰입할 때 얻는 만족의 느낌을 행복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행복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개인적 가치다. 그러나 사회적 정의나 공정도 결국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하면 행복은 반드시 개인적 차원에서 결정되는 가치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심리학자들은 행복을 우연한 행운이나 특권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을 통해 달성 가능한 마음의 상태라고 말한다. 특히 우리는 소득과 명예, 권력 같은 행복의 조건이 갖춰지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내 마음과 삶의 태도가 우선 행복해지면 내가 바라는 행복의 조건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행복의 조건과 행복의 결과 사이에 선후가 바뀌는 셈인데 이렇게 보면 우리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행복을 이해하는 교육이다.
 
예컨대 행복해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마음, 목표, 관계의 3가지 요소다. 우선 내 마음의 관점을 바꾸고 감사하며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 다음으로 목표를 세우고 만끽하며 몰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베풀며 용서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이런 훈련을 꾸준히 하면 우리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건강이나 부를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정치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주장은 행복의 주관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모든 불행의 원인이 개인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처럼 책임을 전가하는 인상을 준다. 이와 다르게 유엔이 발간하는 '세계행복보고서'는 행복의 주관적 요소와 객관적 요소를 두루 반영해 6가지 지표를 제시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나 신뢰의 거버넌스, 정신적·육체적 건강지표가 객관적 요소라면 국민의 선택의 자유나 사회적 관계와 지지, 기부와 연대의 지표 등은 주관적 요소에 가깝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순위는 2016년 55위에서 2020년 61위로 하락했다. 일본이 62위, 중국이 94위다. 1위는 핀란드고 네팔은 92위다. 특히 부탄이나 네팔의 순위가 낮게 나타난 것을 보면 헬레나 호지가 '오래된 미래'에서 제시한 라다크의 사례가 행복을 너무 주관적 요소 중심으로 파악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오래된 옛 삶의 가치나 방식이 우리의 미래에 유효한 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최근 들어 뚜렷해졌다.
 
코로나19(COVID-19) 위기 이후 우리는 이웃의 안전이 곧 나의 안전이고 자연과 더불어 살지 않으면 인간의 삶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모두가 초연결사회에서 살지만 역설적이게도 개인은 더 고립됐고 따라서 공동체의 복원이 더욱 절실하다. 또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소득이 없으면 어떤 내면의 강인함도 행복을 위한 조건으로 충분치 않다는 것도 자명하다. 그러니까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탁월한 영혼을 향한 개인의 노력과 함께 최소한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에 따른 정신의 탁월함을 행복이라 정의했고 여기에 소득과 신분 등의 외적 요소가 더해져야 한다고 봤다. 고대에 행복의 외적 요소는 타고난 우연으로 누구도 통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현대국가는 복지제도를 통해 모든 시민에게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소득이 보장된다면 행복해지기 위해 더 중요한 요소는 우리 내면의 강인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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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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