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그리거 이대로 끝나나, 복귀전 TKO패 굴욕
무패행진 두 체급 석권 수퍼스타
전격은퇴 1년만의 경기 망신살
맥그리거의 시대는 이대로 끝나는가. 종합격투기 최고스타 UFC 전 페더급·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33·아일랜드)가 1년 만의 복귀전에서 완패했다.
맥그리거(UFC 4위)는 24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야스 아일랜드에서 열린 257 대회 라이트급(70㎏급) 메인 이벤트(5라운드)에서 더스틴 포이리에(32·미국, 2위)에 2라운드 2분 32초 만에 TKO패 당했다. 2008년 UFC에서 데뷔한 맥그리거는 26경기(22승 4패) 동안 KO패가 없었다. 2014년 9월 첫 대결에서 맥그리거에 TKO패 당했던 포이리에는 6년 4개월 만의 재대결에서 설욕했다.
맥그리거는 경기 시작부터 상대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주 무기가 왼손 펀치인 맥그리거는 힘을 싣기 위해 오른발을 미리 앞으로 내디뎌야 한다. 그때마다 맥그리거의 오른쪽 종아리에 포이리에의 레그킥(다리 공격)이 쏟아졌다. 2라운드 중반까지 18차례였다. 다리가 벌겋게 됐다. 2라운드에 접어들자 충격이 누적돼 오른발을 제대로 딛지 못했다. 공격은커녕 피할 수도 없었다. 2분 27초 포이리에의 양손 펀치 10연타가 쏟아졌다. 마지막 10번째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안면에 꽂혔다. 맥그리거는 그대로 옥타곤에 주저앉았고, 심판은 경기를 중단했다. 미국 CBS스포츠는 “이변”이라고 표현했다.
맥그리거는 실력과 인기를 다 가진 수퍼스타다. UFC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두 체급을 석권했다. 2015년 페더급(66㎏급) 챔피언에 올랐고, 2016년 체급을 올려 라이트급 챔피언 벨트까지 찼다. 복싱과 변칙 가라데를 앞세워 상대를 녹아웃 하는 특급 타격가다. 경기 중 뒷짐을 지고 상대를 도발하거나, 쉴 새 없이 떠들며 상대를 약 올리는 쇼맨십을 선보였다.
맥그리거는 2017년 ‘49전 무패 복서’ 폴로이드 메이웨더(44·미국)와 복싱 대결을 벌였다가 졌다. 팬들은 그를 ‘수퍼 빌런’이라 부른다. 맥그리거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3860만명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그의 수입은 4800만 달러(약 530억원)로, 전 세계 스포츠 선수 중 16위다.
맥그리거는 지난해 6월 “이젠 지루하다”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 1월 도널드 세로니(38·미국)를 TKO로 이긴 뒤였다. 이번에 전격 복귀했다. “대전료를 많이 받으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이번 대회 그의 대전료는 500만 달러(약 55억원)로, 포이리에의 5배다. 맥그리거는 “60초 만에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오히려 체면을 구겼다.
데이나 화이트(52·미국) UFC 대표도 고민이 깊다. 화이트는 내심 맥그리거가 이기길 바랐다. 29전 전승으로 은퇴한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1·러시아)에게 은퇴 번복을 시킨 뒤, 맥그리거와 맞대결시키는 ‘흥행 플랜’을 준비 중이었다. 굴욕적으로 진 맥그리거는 “다시 시작하겠다. 계속 싸우겠다”며 명예회복을 별렀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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