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파주시 이동형 선별검사소 인기 '고공행진'
【파이낸셜뉴스 파주=강근주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00명 발생.”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재난안전 안내문자가 1년이 넘도록 끊이지 않으면서 시민은 매일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감염으로 확산되면서 가까운 지인 중 한 두명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됐을 정도로 코로나19가 바짝 다가와 있다.
하지만 감염에 취약한데도 선별검사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시민이 적잖다. 장애가 있어 거동이 불편하거나, 대중교통 소외지역에 거주하거나, 교대근무 때문에 선별진료소를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파주시는 이런 환경 속에서 매일 불안에 떨고 있는 시민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이동형 선별검사소’를 운영하고 있다.
◇ 대형물류센터-선유산단 심리안정 제공
13일 쌓인 눈이 채 녹지도 않은 이른 아침, 파주읍 부곡리 소재 교보문고 제1물류센터에 하얀 트럭 3대가 줄지어 들어섰다. 행여나 있을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를 발견하기 위해 특별제작된 양압식 이동형 선별검사소 차량으로, 검사접수 차량과 검체체취 차량, 검체판독 차량 등 3대가 나란히 자리를 잡고 검사자를 맞이했다.
이곳에선 30분이면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진단검사와 비인두도말PCR검사가 진행됐다.
이날 오전에만 검사 받은 인원은 교보문고 물류센터 직원 250여명을 포함해 인근 주민 등 279명이나 된다.
참여율이 높은 데는 대형 물류창고가 밀집돼 있어 확진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연속 감염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업체도 층별로 관리자를 지정하고 근무일지를 통해 마스크 착용여부 등을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은 늘 갖고 있던 차다.
때마침 파주시에서 이동형 선별검사소를 운영한다는 안내를 받자 직원들은 불안함을 해소하고, 방역이 잘되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전원 검사에 응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실제 검사에 참여한 한 직원은 “안 그래도 검사를 받으려던 참이었다”며 “코로나19가 계속 확산돼 혹시 몰라서 받고 싶었다. 근무하느라 평소 받기 힘들었는데 (받을 수 있어서) 잘됐다”고 말했다.
이동형 선별검사소는 인근에서 검사가 필요한 공무원 등에게도 환영을 받았다. 이날 약 7.7km 떨어진 월롱면 예비군면대에서도 선제적인 검사를 받기 위해 공무원, 병사 등이 방문했다.
예비군면대 관계자는 “파주시에서 선제적으로 읍면동 공무원 모두 검사를 받고 있다. 월롱면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주민을 위해서도 미리 검사를 받아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근처에 검사를 받을 곳이 없어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동형 선별검사소는 오후에 83개 업체(3500여명)가 입주해 있는 선유산업단지로 자리를 옮겼다. 선별검사 차량이 검사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예비 검사자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에 교대예정이던 검사자 2명이 추가로 투입됐고, 검사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오후 5시까지 진행된 검사에 총 376명이 참여했다.
권인욱 피유시스 대표이사(전 파주상공회의소 회장)은 “산업단지 근로자들이 보건소 등에 검사를 받으러갈 시간은 없고 늘 불안해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한 회사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산업단지 전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런 검사방식이 확대돼 사회적 약자가 사는 곳에 많이 찾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른 검사 참여자는 “그동안 일부러 검사를 받으려고 하진 못했는데 이렇게 검사를 받아서 확진자를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며 “다른 직원도 빠짐없이 다 나와서 검사를 받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 검체검사 필요한 취약계층 “가뭄 속 단비같아”
특히 이동형 선별검사차량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등 건강약자에게 더 큰 위로가 되고 있다. 11일 오전 방문한 문산 임진리처럼 대중교통 소외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혹한 추위 속에 오도가도 못하는 주민을 위해 일부러 찾아와준 검사차량이 그저 반갑다고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200여명의 장애인이 근무하고 생활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에덴하우스에도 15일 선별검사소 차량이 방문했다. 이곳은 기저질환이 있고 장애가 있는 직원이 많아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취약한 계층이지만, 수송차량 등 이동수단이 여의치 않아 검사받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업체 관계자는 “취약계층이지만 휠체어를 타는 등 중증장애인이 많아 선별검사소를 방문해 검체 검사를 받기가 어렵다”며 “단체로 갈 수송차량도 여의치 않을뿐더러 일반 검사자와 섞일 경우 오히려 감염 우려가 있어 섣불리 검사받기도 힘든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직접 와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검사를 받은 한 근로자는 “코로나 때문에 너무 답답하다. 근무시간 끝나고 밤에 검사받으러 가기가 너무 힘들다. 밖에 나가지 않고도 이렇게 검사를 받으니 너무 편리하고 좋다”고 말했다.
4일 파주시청 직원 300명을 대상으로 시작했던 이동형 선별검사소는 2주째 접어들면서 참 의미를 더했다. 14일 교통소외지역인 법원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진행된 선별검사자 81명 중에서 3명의 양성판정이 확인됐다.
이처럼 파주시 이동형 선별검사소는 16일 토요일 금릉역 광장까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적게는 1개소, 많게는 3개소를 다니며 검체를 체취하고 결과를 전달하고 있다. 그동안 검사받은 인원만 총 2904명(신속항원검사 451건, PCR 2453건)으로, 하루 평균 138명이 검사를 받았다. 아무도 몰랐던 3명의 확진자를 조기에 발견했고 즉시 치료를 받도록 조치했다.
파주시는 이번 검사방식이 숨은 확진자를 발견하고 시민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기여하는 바가 큰 만큼 이동형 선별검사소를 추가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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