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용구 사건 폭행 영상 덮은 경찰, 진상 밝힐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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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이 핵심 증거인 이 차관의 폭행 영상을 확인하고도 묵살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폭행 당일인 지난해 11월6일 택시기사 A씨로부터 블랙박스 저장장치인 SD카드를 받아 확인한 후 "저장장치에 저장된 영상이 없다"며 되돌려줬고, A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했다고 주장해왔다.
'힘있는 자'에게 봐주기식 수사를 했던 권위주의 시대 경찰의 악습이 여전하다는 비난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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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A씨가 블랙박스 업체를 찾아가 30초짜리 폭행 영상을 복원했고 11월11일 경찰에 영상을 보여준 뒤 이 차관과 합의하고 나서 동영상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해당 영상을 본 경찰관은 A씨에게 “차가 멈춰 있다. 영상은 못 본 거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대한 직무유기이자 증거 조작이다. ‘힘있는 자’에게 봐주기식 수사를 했던 권위주의 시대 경찰의 악습이 여전하다는 비난이 나온다. 뒤늦게 서울경찰청은 담당 경찰관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13명의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을 편성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조사와 감찰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지만 공신력은 추락한 지 오래다.
경찰 자질을 의심받는 일은 이번만이 아니다. 세 차례 학대신고에도 ‘정인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것이 드러나 경찰 수장이 머리를 조아렸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도 167일간 전담팀을 투입하고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해 수사 의지에 대한 의문을 낳았다. 지금 국민은 경찰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검경 수사권 재조정으로 1차 수사종결권과 대공수사권까지 확보했고, 미 연방수사국(FBI)에 비견되는 국가수사본부까지 출범시켰다. 경찰의 권한 확대는 현 정부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따른 어부지리 성격이 짙다.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킬 의지와 수사 역량을 갖췄냐는 합리적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경찰은 이 차관 폭행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은폐·봐주기 의혹과 윗선 개입 여부 등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덩치만 커진 무능한 ‘공룡경찰’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국회와 정부도 경찰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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