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중국의 인재 키우기
창업 기업들도 해외인재 유치
기술탈취 비판에도 '과학굴기'
언제까지 욕만 하고 있을 건가
중국 베이징 칭화대는 올해 파격적인 입시 전형을 도입했다. 지원 대상이 중학교 3학년부터다. 국적은 안 따진다. 중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高考)’ 응시도 필요 없다. 오직 한 과목 수학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자체적으로 예비 평가, 종합 테스트, 전문 테스트 등 수학 자질과 인성 등을 평가할 수 있는 7단계 선발 과정을 거쳐 뽑는다.
추 교수는 “모든 과학의 기초는 바로 수학”이라며 최고의 수학자 양성을 목표로 세웠다. 앞서 고등학교 2학년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청퉁 수학 엘리트반’ 전형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기존 ‘엘리트반’과는 학생 선발 대상과 방법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중학교 3학년까지 지원 기준을 대폭 늘린 것은 가오카오를 위해 반복적인 문제풀이 훈련을 받는 고등학생이나 취업·논문 준비 등 미래에 대한 부담이 큰 대학생보다 수학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적다는 점 때문이다. 온전히 수학에만 관심을 쏟을 수 있고, 그게 창의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전 세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점은 중국 학생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메기’ 효과를 노린 것이다.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유능한 학생들이 모일 것만은 분명하다.
창업 분야에서도 국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인재를 모으고 있다.
베이징 하이뎬구 중관춘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중관춘에 있는 창업 인큐베이터(한국의 창업센터 역할) 중 ‘해정창업원’은 ‘백인계획’, ‘천인계획’ 일환으로 1997년 이후 해외 유학생을 적극 유치했고 2018년부터 외국인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매월 50∼60개사가 지원하지만 평균 60% 정도만 심사를 통과한다. 일단 선발이 되면 2년간 사무공간, 법률·세무 무료지원, 외국인 창업비자 발급 등을 지원받는다. 2년이 지나 재심사 후 계속 사무실에 입주할 수 있어 실패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했다.
해정창업원에 입주한 기업들은 각종 프로젝트 명목으로 매년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 총 3000만∼6000만위안(약 51억∼100억원)을 수령한다. 이 같은 지원을 바탕으로 해정창업원을 거쳐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중국 선전거래소 등에 상장된 기업만 31개나 된다. 기술 개발을 통해 대기업 등에 인수·합병된 기업도 수백개다. 해정창업원엔 10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그중 37개가 한국인을 비롯해 외국인 기업이다. 중국에 해정창업원과 같은 국가급 인큐베이터는 2018년 기준 986개나 된다. 지자체와 기업 등에서 운영하는 창업 인큐베이터도 1만여개로 창업을 생각하는 인재들이 비빌 언덕이 도처에 있는 셈이다.
중국은 긴 호흡으로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천인계획’ 등을 통해 해외인재를 중국으로 데려오고, 자국 내 고급 인재를 키우는 ‘만인 계획’도 병행 중이다.
중국은 해외 인재를 불러들이면서 기술 탈취란 비판을 받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한국이라면 특혜 논란이 일었을 법한 정식 교육 과정을 생략하는 입시 전형 도입도 서슴지 않는다.
중국의 행태가 달갑지 않아 미국의 ‘중국 때리기’를 반긴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계속 욕하는 건 쉽다. 하지만 다음은 무엇인가. 인재 발굴을 위한 적절한 투자나 구체적 정책 없이 언제까지 애국심만 강조할 순 없다.
한마디 욕을 내뱉는 사이 중국은 한 명의 인재를 더 키우고 있다. 시간이 흘러 자칫 중국에 대해 욕 외에는 아무런 대응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는 것을 더 두려워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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