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남중국해서 동시 '무력시위'
중 폭격기 이틀간 대만 위협
바이든, 대중 관계 첫 시험대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틀 만에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와 대만을 겨냥해 무력시위를 펼쳤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 23일부터 이틀 동안 중국 폭격기와 전투기가 대거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고 24일 밝혔다. 23일 중국 폭격기 8대와 전투기 4대가 남동쪽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데 이어 이날도 전투기 12대를 포함한 중국 항공기 15대가 ADIZ를 넘어왔다는 것이다. 중국 폭격기 등이 침범한 구역은 대만 본섬과 대만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남중국해 프라타스 군도(둥사군도·東沙群島) 사이다. 중국은 특히 핵무장이 가능해 ‘중국판 B52’로 불리는 H-6K 폭격기 8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도 루스벨트호 항모전단이 23일 남중국해에 진입해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고 해상 안전을 증진하기 위한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의 항모전단 훈련을 겨냥해 군용기를 동원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지만 정확한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국가 주권과 영토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과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은 대만을 포함한 이웃들을 겁주려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계속되는 정형화된 시도를 우려 속에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우리는 대만이 자기방위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 보조하고, 대만해협과 역내의 평화·안정 유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성명은 바이든 정부가 출범 이후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해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앞서 지난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는 단교 42년 만에 처음으로 주미 대만 대표가 초청됐다. 중국이 강조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배치되는 조치다. 대만 문제가 바이든 정부 출범 초기 미·중 갈등의 불씨로 자리 잡는 형국이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도 대만 문제는 중요한 갈등 현안이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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