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기록 그 이상의 '전설' 행크 에런
[경향신문]
베이브 루스 기록 깬 홈런왕이자
인종차별주의에 맞섰던 영웅
“역대 최고 선수” 전 세계 추모
바이든 “더 나은 우리를 좇게 해”
불멸의 기록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미국 메이저리그 ‘홈런왕’ 행크 에런을 향한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현세대 미국인들에게 에런은 위대한 야구선수이자 인종차별주의에 의연하게 맞섰던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에런이 향년 87세로 타계한 지난 23일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추도 성명을 내고 “에런은 모든 사람들이 역대 최고로 꼽는 선수 중에서도 최고”라며 “그는 선수로서 기념비적 업적을 세웠고, 그의 인품과 성실함은 선수로서의 업적을 능가한다. 그의 우수함은 미국인과 전 세계 팬들에게 모범이 됐다”고 말했다.
1934년 2월5일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태어난 에런은 20세가 되던 1954년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레이브스에서 데뷔해 23시즌 동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록을 수립했다. 그가 1976년 은퇴한 후 44년이 흘렀음에도 에런은 역대 통산 타점 1위(2297점), 홈런 2위(755개), 안타 3위(3771개), 득점 4위(2174점)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1974년 4월9일 다저스를 상대로 친 개인 통산 715번째 홈런이 그를 전설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에런은 이 홈런으로 베이브 루스가 거의 40년간 보유하고 있던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흑인 에런이 백인 루스의 기록을 경신했다는 이유로 에런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노골적인 혐오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에런의 팀 동료들은 ‘에런 옆에 앉으면 암살자가 잘못 겨냥한 총탄에 맞을 수 있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MLB닷컴이 전했다.
그러나 백인들의 증오도 에런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에런은 배리 본즈(762홈런·은퇴)가 등장할 때까지 33년간 통산 홈런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는 1982년 97.8%의 높은 득표율을 얻으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2002년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1999년에는 최고의 타자에게 돌아가는 ‘행크 에런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에런의 야구를 볼 때 내가 특별한 사람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에런이 베이스를 돌 때 그는 단지 기록을 좇았던 게 아니다. 그는 우리가 더 나은 우리 자신을 좇도록 도와주고 있었다”는 글을 남겨 에런을 추모했다. 배리 본즈는 “에런 당신은 선구자였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수들은 당신을 롤모델로 삼고, 꿈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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