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잔치' 벌이던 은행권, 여당에 '이익공유제' 빌미 제공

임아영 기자 입력 2021. 1. 2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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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과거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 투입 거론하며 연일 압박

[경향신문]

사상 최대이익 금융권, 여당과 서민금융기금 1000억원 이상 출연 논의
전문가들 “이익공유제보다 대출 등 고유 영역에서 공익성 강화 바람직”

연일 여당이 이익공유제를 위해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자영업자·중소기업이 크게 어려워진 상황에서 은행권이 성과급 잔치를 하고 희망퇴직 조건을 지난해보다 좋게 바꾼 것도 눈총을 받는 지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은행의 고유 기능 안에서 공익적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제언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금융권이 막대한 이익을 낸 점을 들어 분배를 주장한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국민 일각에 금융권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있다”며 외환위기 당시 투입된 160조원의 공적자금도 언급했다. 홍 정책위의장은 “160조원은 국민의 혈세였다”며 “이제 금융 부분에 있어서 전통적 역할로 다시 한번 되돌릴 때”라고 말했다.

5대 금융지주는 ‘코로나19의 역설’로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나빠지는데도 생활고·경영난에 따른 자금 수요와 부동산·주식 투자수요(영끌·빚투) 등이 겹쳐 지난해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만 봐도, KB금융지주(2조8779억원)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5%, 신한금융지주(2조9502억원)도 1.9% 증가했다.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이다. 하나금융지주(2조161억원)와 농협금융지주(1조4608억원)의 3분기 누적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 3.2%, 4.8% 불어났다.

여기에 은행권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내부 분배에 신경 쓰다 이익공유제에 대한 ‘빌미’를 줬다는 시각도 있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성과급은 기본급 등을 포함한 통상임금의 180∼200% 수준으로 전년도와 비슷하거나 약간 적다. 예를 들어 부지점장의 월 기본급이 700만원 정도 되는 만큼, 이들은 1400만원가량의 목돈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희망퇴직 조건도 좋아졌다. 하나은행의 특별퇴직금이 전년의 최대 27개월치 평균 임금에서 36개월치(관리자급은 27~33개월치)로 늘었고, 농협은행의 특별퇴직금도 1년 사이 최대 20개월치에서 28개월치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당의 이익공유제 요구가 은행의 공익적 역할, 규제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본다. 서영수 키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영업이익을 환원하는 것보다는 자금 배분의 주체인 은행이 비효율적인 곳에 자금이 공급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용대출에 대한 원리금 분할 상환 대출 도입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은행 본연의 기능인 균형 있는 자금 배분, 적절한 구조조정이 중요한 때라는 의견이다. 서 위원은 “구조조정 지연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데 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이 비효율성을 줄이면서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의 주장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금융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배당을 자제하고 충당금을 더 쌓으라는 금융당국의 권고와도 배치된다. 은행권 충당금 수준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절반에 못 미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이후 경제상황에 대해 스트레스테스트를 해봤더니 ‘L자형(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금융지주마저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25~27%였던 4대 금융지주의 배당 성향이 올해 22~23%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여당과 금융권은 서민금융 기금에 1000억원 이상 출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서민금융법)을 개정하고, 현재 3550억원 정도인 서민금융 재원을 500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등 대형 금융사들이 현재 운영 중인 서민금융 기금에 새로운 출연자로 참여해 1100억원 이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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