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목성 사이에 초대형 우주식민지 띄울 수 있다"
핀란드 연구팀 이색 논문 눈길
[경향신문]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왜소행성 상공에 수만명이 거주하는 초대형 인공위성을 띄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화성 지표면 중심의 우주 진출과는 다른 아이디어여서 향후 과학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달 초 핀란드 기상연구소 소속의 천체물리학 연구팀은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를 통해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위치한 천체인 ‘세레스’ 상공에 초대형 인공위성 형태의 우주식민지를 띄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세레스는 지름이 달의 4분의 1 정도인 작은 천체로 소행성과 정식 행성의 중간 위치인 ‘왜소행성’이다.
연구진이 구상한 우주식민지는 길이가 10㎞ 이르는 거대 기차처럼 생겼다. 내부에는 흙을 깔아 나무와 작물을 기르고, 대기를 채워 사람이 숨도 쉴 수 있다. 물 위의 통나무처럼 빙글빙글 회전하며 중력도 생성하는데, 연구진은 여기에 5만7000여명이 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공간을 수천개씩 이어붙일 수 있다. 연구진은 왜 세레스에, 그것도 표면이 아닌 상공에 식민지 건설 구상을 제기한 걸까. 우선 세레스에는 질소가 풍부하다. 질소는 지구 대기의 78%를 차지하며 유기물의 기본이다. 지구로부터의 보급 없이 자체 생태계를 꾸밀 수 있는 중요한 재료다. 그렇다고 달보다 훨씬 작은 세레스 지표에 거점형 식민지를 직접 만들기에는 장기적으로 공간이 좁다. 연구진은 세레스 표면과 식민지를 잇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만들어 필요한 자원을 뽑아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비해 우주식민지 1호 후보로 꼽히는 화성에선 세레스와 달리 질소를 구할 길이 막막하다. 특히 화성은 중력이 약하다.
연구팀을 이끈 페카 얀후넨 박사는 미국 매체 라이브사이언스를 통해 “근육과 뼈 성장이 저하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구팀의 아이디어를 과학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일단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은 지표면에서 겨우 5m 굴착을 하는 도전에도 실패했다. 인류가 우주에 장기 거주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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