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된 근거리 추첨제'..서울 중학교 배정 바꾸나
변화된 학생 분포 반영 못해
배정 관련 민원 매년 늘어나
학교군 설정법 등 연구 결과
근거리·선지원 등 대안 나와
교육청 “개선 방식 찾을 것”
서울 초·중등 학부모 과반수가 학군 내 추첨만으로 결정되는 현행 중학교 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거리 균형 배정방안’과 ‘선지원 근거리 배정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학부모 여론을 수렴해 개선 방향을 찾겠다고 했다. 지난 24년간 유지돼 온 서울의 중학교 배정 방식이 바뀔지 주목된다.
서울시교육청은 공주대에 의뢰한 ‘중학교 학교군 설정 및 배정방법 연구’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이 연구는 서울시교육청이 매년 늘어나는 중학교 배정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발주했다.
연구책임을 맡은 이화룡 교수는 서울 전역의 초등 3~4학년 및 중학교 1학년 학부모와 교직원 등 4만12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서 초등 학부모 61.8%, 중등 학부모 54.6%는 ‘현행 중학교 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학교선택권이 제한돼 있다’(28.9%), ‘근거리 객관성이 미비하다’(22.3%)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현재 서울 내 중학교 배정은 근거리 중심의 추첨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425개 동을 46개 학군으로 나눠 학생의 거주지가 소속된 학군 내에서 별도 지원 없이 전산으로 추첨한다. 문제는 현행 방식이 1998년 이후 24년간 바뀐 적이 없어 변화된 학생 분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현행 방식에선 학교 간 학급당 학생 수 편차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 재건축, 도심 공동화 등으로 학생이 불규칙적으로 분포하는 것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학교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중학교 입학 지원자는 2개 이상의 학교를 선택하여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68조와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행 방법은 원천적으로 학교 지원을 못하게 해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근거리 균형 배정방안’과 ‘선지원 근거리 배정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근거리 균형 배정방안은 학군 내에서 학생 주소지와 거리가 가까운 순위에 따라 학교를 배정하고, 같은 조건인 경우에는 통학거리와 시간을 기준으로 순차 배정하는 방식이다. 지금보다 ‘근거리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선지원 근거리 배정방안’은 거주지 학군 내 중학교에 3개 이내로 지원한 후 정원을 초과한 학교에서 80%는 거주지와 가까운 순으로, 나머지 20%는 전산 추첨으로 배정하는 방법이다. ‘학교 선택권’을 넓힌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학군 자체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학교군을 정기적으로 정비해 지역별 학급당 학생 수 차이를 조정하는 것이 교육격차 해소에 바람직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계층별, 능력별로 분리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완화해 다양한 학생이 고루 섞이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균형·공정·근거리 배정 원칙을 지키면서 다수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현재처럼 근거리에 기반한 배정이라는 큰 틀은 바꾸지 않되 개선 방식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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