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미학..세월에 따라 채도 깊어지는 '옻칠'

선재희 2021. 1. 2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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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흔히 우리 전통가구 등에는 윤기를 내기 위해 옻칠을 하곤 하죠.

이 과정이 매우 까다롭기로 알려져 있는데, 많은 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옻칠을 가르치는 한 노교수가 있습니다.

옻의 매력에 빠져 20년째 옻칠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선재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다갈색으로 물든 여명, 푸른 바다에 떠 있는 금빛 섬, 빨갛고 검은 보석함과 소반, 모두 옻칠의 산물입니다.

[나성숙/서울과학기술대 시각디자인과 명예교수 : "(옻나무가) 몽글몽글 액을 내요. 그럼 이 칼로 요렇게 긁어서 나같은 사람은 하루에 50그램, 달걀 하나 (채취합니다)."]

옻칠의 생명은 초칠입니다.

[나성숙/서울과학기술대 시각디자인과 명예교수 : "나무에다가 처음에 생칠을 칠해요. 그럼 칠이 속으로 들어가서 나무가 쩍쩍 갈라지는 걸 막아줘요."]

초칠을 하고 말리는 과정을 5차례 이상 반복하고, 사포질한 후 다시 칠을 하고, 색칠을 하고 또 말리는 과정의 끝없는 연속입니다.

간단하게 해도 30단계, 세월에 따라 채도가 깊어지는 옻칠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나성숙/서울과학기술대 시각디자인과 명예교수 : "옻칠은요, 블랙도 유화물감,아크릴물감 댈 게 아니에요. 아주 새까매. 칠흙같은 밤이야. 빨강이건 주홍이건 오렌지건 색깔이 깊어요, 아주 딥(deep)해."]

대학에서 40년 동안 서양 미술 재료를 가르쳐 온 나성숙 교수,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힘들었던 시절, 우연히 접한 전통 옷칠은 새로운 삶의 이정표가 됐습니다.

지상 최고의 도료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후 20년을 일반인들에게 옻칠을 가르치는 데 매진해 왔습니다.

[김명희/53세 : "진짜 마음을 싹 비우고 해야지 결과물이 훌륭해요. 그래서 아, 도가에서 수행하는 거 이게 여기 있구나."]

[나성숙/서울과학기술대 시각디자인과 명예교수 : "나는 전통이 유리상자 속에서 거룩하게 존속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초보자들이 너무 어려워서 접근 못하는 걸 원하지 않아서 쉽게 가르치는 방법으로 가고 있고요."]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영상편집:이윤진

선재희 기자 ( a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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