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유행 지속되는데 '9시 영업제한' 방역지침 흔드는 정치권
[경향신문]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1억명 돌파가 눈앞에 왔다. 영국과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는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다. 방역당국이 변이 바이러스를 주목하는 이유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본부장은 이런 이유로 지난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해 12월 중순의 악몽 같은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고 말했다. 한시도 코로나19 확산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방역 지침을 흔드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가 야행성 동물이냐”면서 “비과학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률적 영업 규제를 지금 당장 철폐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다른 서울시장 후보들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PC방을 찾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헬스장을 찾아간 나경원 전 의원은 9시 영업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근거가 부족하다거나 일률적인 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로서는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영업제한 오후 9시는 코로나19를 잡는 ‘골든타임’이지만 자영업자들에게는 ‘데드타임’으로 불릴 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확진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은 ‘9시 이후 영업제한과 5인 이상 모임금지’의 효과가 컸다는 것이 대다수 방역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런 민감한 문제에 대해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자영업자와 시민들이 지쳐가는 상황에서 방역 지침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 정치적 발언이 어렵게 지키고 있는 방역의 둑을 무너뜨리는 데까지 가서는 안 된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달아오르면서 정치권이 방역을 의제로 삼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총선 때도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정부가 확진자 수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코로나19 방역은 외교안보 사안처럼 과학적 근거에 따라 초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선거의 유불리에 따라 논쟁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 3차 대유행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주말 시민들의 이동량이 증가하고 있다. 아무리 선거철이라고 해도 방역의 대오를 흔드는 언행은 안 된다. 정치적 공세가 방역을 훼손한다면 그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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