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서울 날씨, 체코·노르웨이 기상 앱이 더 정확하다?"

김승한 2021. 1.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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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출근길 대설' 오보에 시민들 허탈
작년 폭염 예보도 미끌..해외앱 수요 촉발

"굳이 해외앱으로 확인해야하나 했는데, 이용해보니 훨씬 정확하네요."

서울 도봉구에서 종로구까지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임모(34)씨는 현재 체코 기상앱 '윈디'를 설치해 사용 중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날씨에 큰 영향을 받진 않지만 지난 7일 내린 폭설로 출근이 1시간 지체되면서 낭패를 봤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기상청의 오보가 잦아지면서 국내 날씨 예보를 해외앱에서 확인하는 '기상 유랑족'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국내 기상 정보에 대한 불신이 고스란히 반영된 착잡한 결과다.

◆수십년간 쌓은 연구·데이터…편리하고 정확해

지난 17일 기상청은 일요일임에도 온라인 브리핑을 열어 "18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지역에 2~7cm의 강한 눈이 내릴 것"이라며 '출근길 대란'을 예고했다.

하지만 예보가 무색하게 당일 새벽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고 오후가 돼서야 조금씩 내리던 눈도 금세 그쳤다. 기상청이 예고한 혼잡한 출퇴근 풍경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직장인들은 허탈해했다. 온라인 한 카페에서는 "1시간 일찍 일어난 내게 자괴감이 든다", "이정도면 소송감 아니냐", "폭설이라 약속도 취소했는데 무슨 일?"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이에 한국 기상청보다 정확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국내 날씨 정보를 해외 기상 사이트나 앱을 통해 찾아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날씨앱인 미국 '아큐웨더', 체코 '윈디', 노르웨이 'YR'와 영국 기상청 홈페이지 'BBC웨더'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수십년간 연구를 통해 독자적인 수치 모델을 구축한 북유럽 국가 기상청과 앱은 강수 예보가 보다 정확하고 중기예보까지 나와 있어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편리하다는 호평을 받는다.

지난해부터 YR앱을 이용하고 있다는 김모(39)씨는 "골프를 자주 치는 편이라 날씨에 민감한 편이고 정확한 기상정보가 필요한데, 이 앱은 어떤 앱보다 정확도가 뛰어나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수도 절대적이다. 해외앱은 전세계 날씨정보를 공유하고 정확하다는 점에서 한국인들을 비롯해 수많은 전세계 이용자들이 해당 앱을 이용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현재 아큐웨더 누적 다운로드수는 1억건을 넘어섰고, 체코의 윈디는 1000만, 노르웨이 YR은 500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기상청에서 직접 제공하는 '날씨알리미'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순위에서 4위, 다운로드수는 10만이다.

◆작년 여름 장마 때부터…'기상 유랑'의 시작

국민들이 한국 기상청을 두고 해외 기상청과 앱으로 눈을 돌린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상청은 지난해 5월 '올여름 기상 전망'에서 "7월 말부터 8월 중순에는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며 역대급 폭염을 예측했다. 하지만 예보와 달리 지난해 여름은 유례없는 긴 장마와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계속되는 기상청 오보에 피로감을 느낀 시민들은 해외앱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해외 날씨앱 사용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맘때쯤이다.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기상앱 아큐웨더 검색량은 지난해 4월 577만회에서 장마가 한창인 7월 3410만회로 5.9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체코 기상 앱 윈디 검색량도 476만회에서 2.3배인 1110만회로 늘었다.

'오보청'이라는 오명을 받지만 답답하기는 기상청도 마찬가지다. 기상청 예보 적중률은 시스템적 한계의 영향이 크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예측이 더욱 어려워진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한국은 지난해 4월 세계 9번째로 독자적인 수치예보모델을 구축했다. 하지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오차 보정 등 수 많은 과정과 데이터가 쌓여야한다. 도입된 지 1년이 안 된 만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과거와 달리 예보가 시간대별로 세분화돼 제공되는 것도 오보가 늘었다는 체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과거에는 하루를 뭉뚱그려 '눈이 온다', '맑다' 등으로 예보해 상대적으로 오보의 여지가 적었지만, 지금은 시간대별로 예보해 약간의 오차에도 시민들이 오보로 판단하는 경향이 잦기 때문이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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