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영업이익 세계 '톱3' 중 3위로 밀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잠정 실적을 공개한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부문 연간 매출은 총 73조원, 영업이익은 19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오는 28일 공개될 확정 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2019년 실적(매출 64조9000억원, 영업이익 14조원)보다 개선된 실적이다. 지난해 전반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원격수업, 화상회의 등 비대면 수요로 반도체 기업들이 선전한 결과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인텔과 TSMC는 삼성보다 수익이 더 높았다. 지난 21일(미국 현지시간) 실적을 공개한 인텔은 지난해 연간 매출이 약 779억달러, 영업이익이 약 237억달러에 달했다. 현재 기준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면 대략 86조1000억원, 26조2000억원 선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높다. 이는 삼성전자보다 매출은 13조원, 영업이익은 7조원가량 많은 것이다. 지난해 인텔은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14일 확정 실적을 공개한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지난해 매출이 1조3393억대만달러(약 52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5665억대만달러
(약 22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매출은 삼성전자 반도체보다 20조원 이상 낮지만 영업이익은 3조원 가량 많은 것이다.
이 같은 인텔과 TSMC의 선전으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가운데 매출은 2위, 영업이익은 3위로 밀렸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이던 2017∼2018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랐지만 그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인텔에 이어 2위 차지를 지켰다. 여기에 2019년부터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첨단 공정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앞세운 TSMC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TSMC는 2019년에 슈퍼 호황기를 지나 다소 부진했던 삼성전자(14조원)와 비슷한 영업이익을 내더니 지난해 삼성전자의 이익을 뛰어넘어 격차를 더 벌렸다.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 강세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다소 불리했던 것을 고려하더라도 TSMC가 더 많은 수익을 낸 것이다.
이들 ‘톱3’의 가장 큰 격차는 영업이익률이다. 파운드리만 수행하는 TSMC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2.3%에 달한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의 제재로 중국의 화웨이라는 대형 고객을 잃었음에도 파운드리 공급 부족 사태로 40%가 넘는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2017∼2019년 TSMC의 영업이익률은 37.2∼39.4%였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평균 26%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인텔(30.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종합반도체회사(IDM)인 삼성전자는 주력인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까지 분야별로 영업이익률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의 D램은 영업이익률이 40%로 높지만 낸드는 20%선, 비메모리부문은 10%선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놓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메모리 반도체만큼의 수익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올해부터 2년 가량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에 맞춰 삼성전자가 다시 실적에서 순위 상승을 이룰 가능성은 있다. 증권가는 올해 D램 가격 상승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매출이 80조∼88조원, 영업이익은 25조∼27조원에 달하고 2022년은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영업이익만 최대 44조원을 넘어섰던 2017∼2018년 수준에는 못 미치겠지만 최근 2년보다는 높은 실적이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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