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R&D 100조 시대, 과학기술을 응원한다
금년도 과학기술 정부예산이 지난해에 이어 두 자리 숫자의 증가폭을 기록하였다. 민간부문을 포함하면 국가 연구개발(R&D) 100조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살림 여건을 감안하면 대단한 배려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과학기술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왜 과학기술인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돌아보면 쉽게 공감이 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물론 5G, 반도체, AI 등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한 미-중간 기술패권전쟁, 글로벌가치사슬(GVC) 와해, 소재·부품·장비 대책, 기후변화 및 재난재해 등 지구촌 문제의 중심에 공통적으로 과학기술이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K-진단, K-방역에 이은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은 물론 지금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여 K-바이오헬스, 디지털 전환, 비대면 산업 등에서 세계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한국형 뉴딜의 성공적인 추진과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 역시 과학기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과학기술이 중점을 두었던 국가경쟁력 제고의 영역을 넘어 삶의 질 향상, 사회문제 해결, 국가안보, 문화, 예술, 체육 등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과학기술이 과학기술자만의 영역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과학기술이 모든 발전의 중심에 있고 과학기술이 인류의 안전과 번영을 좌우하는 팍스 테크니카(Pax Technica)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의 미래가 과학기술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진정한 농부라면 추운 겨울날 쌀이 떨어져 죽게 되더라도 미래를 위한 씨앗을 남겨둔다는 의미이다. 과학기술은 미래의 씨앗이다. 앞으로도 아무리 나라살림이 어려워도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의 과학기술투자 확대 노력에 부응하여 과학기술계는 세계적인 성과로 답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성과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국가과학기술혁신역량평가(COSTII) 세계 8위, 세계혁신지수(WIPO) 세계 10위, 유럽혁신지수 세계 1위, 블룸버그 혁신지수 세계 2위, EU의 경쟁력 지수 세계 1위, 스위스 IMD 과학인프라 세계 3위 등은 물론 논문, 특허 부문에서도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성과에 주목하여 지난해 네이처(Nature)지는 27년 만에 한국 특집을 실기도 하였다. 이런 추세라면 본격 지원을 시작한지 불과 20여년에 불과한 기초연구 분야에서도 멀지 않아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기대해봄직 하다. 1901년 제1회 노벨상 수상후보자를 배출하는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일본과 비교하여 우리 과학계가 결코 기죽을 일이 아닐 것이다. 노벨상이 목표가 될 수는 없지만 우리도 수년 내에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이후에는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많은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종종 공공부문의 연구성과에 대한 인색한 평가를 접하곤 한다. R&D의 불확실성은 물론 연구결과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의 시간지연(Time Lag) 등 R&D 특성상 연구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평가기법이 없는 상황에서 뚜렷한 근거 없이 국가R&D 성과를 혹평하는 것은 과학기술계의 사기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공공부문의 R&D는 특허 또는 논문 숫자 등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인력양성, 기관운영, 거대과학 및 인프라, 공공기술, 국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어서 성과평가가 쉽지 않다. 영국 런던대학교의 Mariana Mazzucato 교수는 그의 저서 '기업가형 국가(The Entrepreneurial State)'에서 공공부문 R&D의 성과에 비해 평가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뚜렷한 근거 없이 과학기술성과가 폄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듯이 과학기술인들이 이룩한 성과에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신명나게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 세계적인 우수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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